정홍원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왼쪽)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공천명단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저축은행 연루 의혹’ 이성헌·윤진식 공천받아
‘수해골프 제명’ 홍문종 복당뒤 경선에도 진출
‘수해골프 제명’ 홍문종 복당뒤 경선에도 진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우고 있는 ‘시스템 공천’이 휘청이고 있다. 최우선으로 부각해온 ‘도덕성’에 어긋나는 공천이 잇따르고 ‘친박계 사천’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25% 컷오프룰, 도덕성, 경쟁력 등 원칙과 기준을 갖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심사했다”며 계파 공천 시비를 일축했다. 그는 “‘시스템 공천’이 정치쇄신의 분기점”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수 공천을 받은 이성헌·윤진식 의원과 경선 티켓을 거머쥔 홍문종, 현경대 후보 등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명박 정부 대통령 정책실장을 했던 윤진식 의원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구속기소)이 2010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2천~3천만원을 줬다”고 지목한 바 있다. 윤 의원이 1차 공천명단에 포함되자 비대위원들이 도덕성 문제를 들어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도 부산저축은행 사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두 의원 모두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도덕성 잣대’가 친박계엔 비교적 너그럽고, 친이계엔 엄하다는 뒷말도 나온다. 청목회 사건으로 선고유예를 받은 유정현·권경석·조진형 의원, 옥매트 횡령 혐의로 기소된 윤석용 의원 등 도덕성 문제로 탈락한 의원들은 대부분 친이계로 분류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친이계 장광근 의원도 오는 15일로 대법원 선고일이 잡히자 공천 여부를 그때까지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탈락했다.
반면, 친박계 홍문종 전 의원은 2006년 수해골프 파동으로 제명되었으나, 지난 2월 김종인 비대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복당했고 경선에도 진출했다. 2007년 대선경선에서 친박외곽조직 한강포럼을 이끈 현경대 전 의원은 탈당 전력에도 불구하고 경선권을 얻었다. 한강포럼은 부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친이계 학살 논란보다 친박계의 이성헌 의원에게 공천주고, 홍문종 전 의원 등을 경선 붙인 게 더 사천에 가깝고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친박계 밀실공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군위·의성·청송에서 친박 김재원 전 의원에게 밀린 정해걸 의원은 6일 기자회견에서 “이 지역이 경선지로 될 거란 최경환 의원의 이야기를 고향 후배인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공천발표 하루 전 문자로 보내줬다”며 친박계 중심의 밀실공천 의혹을 제기했다. 경선 원칙도 슬그머니 여론조사 경선으로 후퇴하고 있다. 20~30대 연령비율을 채우지 못해 여론조사 자체가 왜곡되었다는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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