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23일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사 앞에서 홍석현 주미대사 사퇴와 중앙일보의 각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김영삼 정부 시절 ‘미림’이라는 옛 국가안전기획부 비밀 도청팀장으로 지목된 ㄱ아무개씨는 24일 <에스비에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1994년부터 98년 초까지 안기부에서 미림팀을 직접 운영한 팀장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ㄱ씨는 여러 언론사들의 치부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며, 미림팀을 더는 ‘흥분’시키지 말라고 말했다. 9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를 담당했다는 ㄱ씨는 “이 정도(녹취록)는 나라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이 이상 파장을 줄 수도 있지만 나라를 위해 도움이 안 된다”며 말을 아꼈다. ㄱ씨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에스비에스> 다 똑같다. <엠비시>(문화방송)는 다른가, <케이비에스>(한국방송)도 똑같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 흥분시키면 언론에 재갈 다 물려 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른바 ‘안기부 엑스파일’을 취재·보도하는 언론사들을 싸잡아 비난하며 “×물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자기들은 가장 정도를 걸어온 것처럼 하는데 정말 역겹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다 자유로울 수 없다. 초상 났다고 좋아서 그러지 마라. 언제 너희들이 발칵 뒤집어질 날이 있을지 모른다”고 다시 한번 언론에 경고의 말을 던졌다. 그는 미림팀이 도청뿐 아니라 ‘특별한 지시’가 있을 때 주요 인물의 감시와 미행 등 임무도 수행했고, ‘보안에 문제가 있을 때’도 미림팀이 운영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하루에 (도청) 하나 하기도 어렵다”며 “분명히 말하는데 (테이프) 8천개가 있다는 말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거기 조직원으로 이런 일이 있다는 게 불명예스럽게 생각하고, 평생 무덤까지 비밀로 가져가려는 자세로 일했는데 이런 문제가 야기됐다는 거 자체가 창피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