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23일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사 앞에서 홍석현 주미대사 사퇴와 중앙일보의 각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삼성이 언론협박…이건희 회장 엄정수사 해야”
1997년 대선 당시 재벌과 언론, 정치권 사이의 유착 실상을 담은 ‘안기부 엑스파일’이 폭로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홍석현 주미대사의 사퇴와 이건희 삼성 회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 등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언론개혁 국민행동은 23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사 앞에서 ‘홍석현 주미대사 사퇴 및 <중앙일보> 각성을 촉구하는 시민·언론단체 기자회견’을 열어, “홍씨는 삼성과 정치권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삼성의 ‘돈심부름’을 하고 정치인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정경유착을 감시해야 할 언론사 사주가 수십억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하고, 야당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약점을 찾아 확산시킨 행태는 ‘정치공작’을 뺨친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어 “신문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를 주도하고 탈세, 부동산 투기 의혹뿐 아니라 권력·자본·언론의 추한 커넥션을 주도했던 사실까지 드러난 홍씨는 스스로 주미대사직에서 물러나고 금권을 동원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언론 권력에 이어 정치 권력까지 장악하려는 삼성과 중앙일보의 의도를 더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앞서 낸 성명에서 “삼성이 언론을 협박하고 있다”며 “모든 언론인은 이번 사건의 총체적 실체를 철저히 보도해야 하며, 이번에 굴종하면 대한민국은 삼성의 족벌 왕국이 된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안기부 도청 테이프에는 불법대선 자금의 전달 규모 및 방법, 대상자가 구체적으로 거론됐으며, 이는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제공됐다는 단서”라며 “검찰 역시 이번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한점 의혹 없는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이 사건은 삼성 재벌과 삼성을 떠받치는 정·언·관 기득권 복합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사건이 명명백백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엄정한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운동 시민연합은 “테이프를 보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과 보도하지 않아서 보호되는 개인의 사생활을 놓고 볼 때 ‘엑스파일’은 제대로 보도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남일 박주희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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