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을 이변 만들어낸 SNS와 2030의 힘
“전화 받으려 동생과 번갈아가며 자리 지켰다”
“전화 받으려 동생과 번갈아가며 자리 지켰다”
“화장실 갈 때도 휴대폰 가져갔고, 샤워할 때는 아내가 휴대폰을 꼭 쥐고 있었어요. 지금 지하철로 출근하면서 울고 있습니다”(트위플 @sniper_j***)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야권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을 제치고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는 이변을 연출하자 트위터에서는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몇차례 선거에서 확인된 트위터의 힘과 20~30대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번 위력을 발휘한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야권 단일화 경선은 지난 17~18일 이틀간 여론조사 기관 두 곳이 유선전화로 관악구 지역 유권자 700명에게 후보 적합도를 물어 지지도가 높은 쪽으로 단일화하는 방식이었다. 애초 이정희 대표는 김희철 민주당 의원과의 대결에서 불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관악구청장 출신인 김 후보가 지난 1987년 평민당 시절부터 지역을 탄탄하게 다져왔기 때문이다. 또 이 대표의 주요 지지층인 젊은층이 집 전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봤다. 이 대표 쪽은 막판까지 “4%포인트 차이(로 뒤진 상태)에서 좁혀지지 않아 비상”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이정희의 관악을 이변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먼저 이정희 의원을 지지하는 관악을 지역구 주민들이 적극 여론조사에 동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여론조사를 앞두고 트위터에 “급! 이정희 야권 단일후보를 원하는 관악을 20~30대, 빨리 집에 가셔서 전화여론조사 받아주세요. 한발 늦어 다른 분이 전화 받으시면 저를 다음 국회에서 못 보실지도 모릅니다” 등의 글을 남기며 참여를 호소했다.
실제 이 지역의 이 후보 지자자들은 주말 내내 집에서 대기하거나 휴대폰으로 착신전화를 걸어놓는 등 여론조사에 참여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캠프의 이승현 선거사무소장은 “주말 동안 주민들에게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는데 내게 왜 전화가 안 오느냐’는 항의성 전화와 함께 여론조사에 참여한 주민들은 ‘전화 받았다’고 알려오는 전화가 쇄도했다”며 “이런 분위기를 보고 민심이 이정희 대표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자신을 신림동 토박이라고 소개 한 @myth***은 “신림동에서 민주당을 이겼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전두환, 노태우 때도 민주당 의원만 당선됐죠. 이해찬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 결과는 신림동 토박이인 저도 놀랐어요. 트위터, 대단합니다”라며 이 대표의 경선 승리가 트위터의 힘이라고 분석했다.
관악구 주민 ‘@captain_ha***는 “일요일 오후 6시쯤 전화가 왔어요. 받자마자 주소랑 나이를 얘기했는데 제 나이대는 이미 마감이라고. 이번 선거에서 20~30대의 힘이 느껴집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Lonestar5***은 “난곡에 사는 친구가 울면서 전화왔네요. 예전엔 난곡이 낙골이라고 부끄러웠는데, 이제는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이정희라며 자랑스럽답니다”라고 전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한 지인이 “이정희를 지켜냈다”고 트윗을 올리자 “어제 전화 받으려고 동생과 번갈아가면서 자리 지켰다면서. 그런 힘, 기운이 관악에 머무는데 어떻게 지겠어. 정말 멋져”라고 격려했다.
이정희 대표는 여론조사가 끝난 직후인 18일 저녁 트위터에 “단일화 여론조사 끝났네요. 닳도록 볼 수험서적에 사인 청한 고시촌 수험생, 두 아이 데리고 가다 닫힌 차창 두드려 후원금 주신 엄마, 넘치게 격려해주신 트친 페친님들,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대표 외에도 지도부 4인방 모두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 노회찬·천호선 대변인)을 통과해 현재까지 전국 11개 지역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게 됐다. 민주당 무공천 지역 15곳을 포함하면 통합진보당은 30곳 정도에서 단일후보를 내게 된다. 따라서 비례 대표에서 6~8명 정도 당선하면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위터 이용자 @sshlu***는 “야권 단일화 감동입니다. 젊은층 투표율이 더 높아지겠군요. 이번엔 전부 손잡고 원내 진출하길 바란다”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모두를 격려하는 글을 남겼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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