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에게 패한 야권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경선결과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여론조사 결과가 담긴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뜻을 밝혔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0일 여론조사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 대표와 통합진보당은 4·11 총선을 앞두고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재경선 수용’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으나, 트위터나 누리꾼들 사이에선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아 파장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건은 이 대표의 지역 보좌관 조아무개씨가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한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조씨가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지금 ARS 60대로 응답하면 전부 버려짐. 다른 나이대로 답변해야 함’(17일 오전 11시12분), ‘ARS 60대와 함께 40~50대도 모두 종료. 이후 그 나이대로 답하면 날아감’(17일 오전 11시35분)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씨가 자동응답방식(ARS) 여론조사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면서, 전화를 받을 경우 연령대를 속여야 실제 경선 결과에 반영될 수 있다는 내용을 알려준 것이다. 조사대상을 연령별로 배분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전화 응답자가 나이를 속여 답변해도 검증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 대표 쪽은 “여론조사 응답을 독려하는 문자는 12개 동 담당자 12명이 여러 차례 발송했는데, 문제의 문자메시지는 조아무개씨가 3회, 박아무개씨가 1회 보냈다”며 “해당 문자를 받은 당원은 각각 105명, 142명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일부 상근자의 과욕으로 물의가 빚어진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야권연대의 정신이 관악을 때문에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며, 김희철 의원이 원하면 재경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경선을 권고한 야권단일화 경선관리위원회의 백승헌 위원장도 “경선이 전국적으로 치러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고, 대의를 위해서는 재경선해야 한다는 게 위원회의 일치된 견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경선 상대방인 김희철 의원과 민주통합당은 “논란의 책임은 이 대표에게 있다”며 재경선을 치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밀실·야합 경선 결과를 승복할 수 없다”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지만, 문자메시지 사건이 불거지면서 탈당 절차를 중단했다.
이날 사건으로 4·11 총선 야권연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통합진보당이 책임져야 하는데, 경선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경선관리위원회가 사과도 없이 재경선을 권고할 수 있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 일각에선 3표 차이로 경선에서 떨어진 민주당 백혜련 후보(경기 안산 단원갑)의 재경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논란의 와중에 심상정 공동대표 지역구에서 경선을 벌였다 패한 박준 민주당 후보가 “(심 후보 쪽이) 자원봉사자를 돈 주고 샀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두 당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야권연대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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