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을 맞아 국회 정론관이 기자회견을 하려는 인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20일 오전 무소속 정태근, 김성식 의원이 민주통합당의 위장탈당 의혹제기에 대응한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뒤편에선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또 정론관 안에선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가 각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누리, 불공정 행위 규제…민주, 경제력 집중 완화
민주통합당이 20일 순환출자 금지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재벌규제 방안을 4·11 총선의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삽입하고 지난 1월20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재벌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당이 앞다퉈 ‘경제민주화’ 깃발을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각론을 뜯어보면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경제민주화의 핵심을 대기업 지배주주(오너) 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전체 기업군을 좌지우지하는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데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상위 1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출총제는 모기업이 자회사에 지분을 투자할 수 있는 비율에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순자산의 30%를 그 한도로 했다. 30%가 넘는 지분에 대해서는 3년 이내에 해소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뒀다.
민주 “출총제 도입·순환출자 금지”
민주당은 또한 대기업 지배주주들이 소수의 지분으로 전체 기업군을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인 순환출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순환출자는 지배주주(오너)가 지배권을 가진 가 기업이 나 기업의 지배권을 가지고, 다시 나 기업은 다 기업의 지배권을 가지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오너는 가-나-다 기업을 모두 지배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구조다.
민주당은 새로운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법 시행 이전의 기존 순환출자는 3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유예기간 동안 해소하지 못한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또한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현재의 200%에 서 100%로 낮추기로 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순환출자 금지나 출총제의 경우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정말 있다면 유예기간을 3년이 아닌 1년이나 2년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올해 말에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집권 초반에 이를 추진해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 연구위원은 “경제력 집중 완화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인데,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서는 그 핵심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 재벌개혁 방안 안나와
새누리당의 구체적인 재벌개혁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비상대책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폐해 방지 △하도급 제도 전면 혁신 △프랜차이즈 불공정 근절 △덤핑입찰 방지 △연기금의 주주권 실질화 등을 논의하겠다고 얼개를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엔 대형유통업체의 중소도시 골목상권 진입 규제, 창업·중소기업인의 연대보증 완화 방안 등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애초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출총제 부활을 검토했지만, 당 안팎의 반발로 철회했다. 새누리당 정책 담당자는 “출총제에 대해서는 정책 발표 당시까지 당의 견해가 정리되지 않았다”면서도 “출총제는 실효성이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추구, 무분별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영역 침해, 독점적·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전횡 등 공정경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판과 반기업정서의 팽배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기본 견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대신 대기업의 탈법·불법을 근절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령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자산 순위 30대 집단 등에 대해서는 내부 거래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하기로 했다.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 비율이 20%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회사와의 내부거래에 대한 정기적인 직권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정책도 밝혔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3대 약속으로 하겠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기에 내심 기대를 했더니, 정책에서는 이를 관철할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경제민주화를 약속하려면 그에 걸맞는 정책을 추가로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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