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재경선”에 김희철·박지원 의원 “사퇴하라” 공방
진보 비난, 민주당 태도 비판 등 트위터에서도 논란 뜨거워
진보 비난, 민주당 태도 비판 등 트위터에서도 논란 뜨거워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 여론조사에 개입한 논란에 휩싸인 뒤 후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1일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아침 자신의 페이스북에 “좋지 못한 소식, 죄송합니다. 책임진다는 것, 고심했습니다. 완전무결 순백으로 살고 싶은 생각 왜 없겠어요. 사퇴, 가장 편한 길입니다. 그러나 상처 입더라도 일어서려 합니다. 야권연대 완성시키고 승리하도록 헌신해 용서를 구하겠습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 단일화 경선의 상대 후보였던 김희철 의원은 후보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20일 “진보의 생명은 도덕성”이라며 사퇴를 압박했고, 김유정 대변인도 전날 “야권연대 후보단일화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사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충격적인 사건으로 통합진보당과 여론조사기관 등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철 의원은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당에서 재경선을 권유해도 재경선 하지 않겠다”며 “이정희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참관인도 없는 여론조사였다”며 여론조사의 불공정도 거듭 제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아침 문화방송(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희철 의원 쪽에서는 이 문자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여론조사에 참관인이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민주당에서 참관인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 됐다”며 “김희철 의원께서 야권연대의 정신에 비추어서 서로 다독이면서 화합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어떤 방식도 받아들일 수 없고 본인이 출마해서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방식으로 가실지 여기에 따라서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실제로 전달된 문자를 받은 분들의 숫자는 저희 당원들에게 보낸, 200여명 정도이기 때문에 용퇴가 아닌 재경선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여론조사 개입 논란과 재경선 입장 발표를 놓고 트위터 이용자들은 ‘사퇴’와 ‘재경선’으로 입장이 갈려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dogsul)는 “이정희 사태를 현명하게 풀어가야 합니다. 지금 이정희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덤비면 이정희도 죽고 진보도 죽고 선거도 다 죽습니다. 이정희는 분명 18대 최고의 국회의원이었습니다. 사퇴의 아쉬움이 통진당 교섭단체를 만들고 야권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 대표의 후보사퇴 쪽에 무게를 두었다.
트위터 이용자 ‘@liar0***’는 “시험 컨닝하다 걸렸으면서 재시험으로 퉁치려하면 안되죠”라며 이 대표 쪽의 도덕성을 질타했고 ‘@naeilmo***’도 “진보운동을 가장 열심히 한 것이 무슨 까방권(까임방지권)임?? 이정희는 무슨 언터쳐블이냐?”라고 비난했다.
반면, 이정희 대표를 옹호하고 민주통합당의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도 높았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mindgood)은 “박지원, 썩어빠진 민주계 의원 하나 지키려고 이정희를 희생양으로 삼나. 김희철 같은 인간들로 꽉찬 민주당이 4년내내 헤맬 때 이정희는 온몸으로 저항하며 MB정권에 맞섰다”며 “이정희의 눈물을 기억한다면 아무 소리나 내뱉는 것이 아니다”고 박지원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백 위원은 “박지원, 그렇게 존경하는 DJ를 욕되게 하지 않으려면 종북현수막 진상파악이나 제대로 해라”라며 “박지원... 도덕성? 그렇다면 민주당 의원들 수십명은 사퇴해야지”라고 일갈했다.
김진혁 교육방송(전 지식채널 담당) 피디(@madhyuk)도 “민주당이 이정희의 사퇴를 주장할 수 있다. 허나 그러려면 우선 김희철 종북현수막 CCTV부터 조사해라. 그리고 나서 이정희의 사퇴를 주장하면 야권연대를 위한 용퇴를 말하는 거라면 인정해 주마”라며 “색깔론으로 평생을 고통 받은 김대중 얼굴에 침을 뱉지 말고”라고 민주통합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번 논쟁이 ‘사퇴 VS 재경선’ 구도로 협소하게 진행되는 것에 우려하는 기류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패러디 계정인 ‘@PresidentYSKim’은 “아무리 요즘이 디지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세상에 ‘사퇴’, ‘안사퇴’ 두 가지만 있는기 아이다. 그 사이에는 사과도 있고, 문책도 있으며, 재경선도 있다 아이가. 그거를 몬받아 들이는기 바로 ‘땡깡’ 이재”라고 지적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전 잘 모르는데 이정희 의원보좌관 건이 선거법에 저촉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봅니다. 아니면 사과가 맞죠. 문제 생긴 후 12시간 안에 사과하는 것도 발전입니다. 그런 정치인 있었나요?”라고 이 대표 쪽의 신속한 처신을 평가했다.
김희철 의원은 이날 오전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탈락한 민주통합당의 이동섭(노원병, 통합진보당 후보 노회찬), 고연호(은평을, 상대후보 천호선), 박준(고양 덕양, 상대후보 심상정) 후보와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불공정 경선 의혹을 제기하며 “통합진보당 4인방의 공천이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통합당의 야권단일화 경선 낙선자들이 집단 반발할 움직임마저 보여 야권단일화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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