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엠비(MB)정권비리특위’ 회의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경기 안산단원갑 공천을 받은 백혜련 후보.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야권 균열’ 기름붓는 민주…김희철은 탈당
민주통합당은 22일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경기 안산 단원갑 백혜련 후보를 공천했다. 당 차원에서 경선 결과에 불복한 것이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이런 결정을 전하며 “단일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안산 단원갑 단일화 여론조사 과정에서 몇 가지 의혹을 제기한 <오마이뉴스> 보도를 근거로 재경선을 요구했으나 시민단체가 주축인 경선관리위원회는 이를 일축했다.
민주당의 이런 결정이 알려지자 통합진보당은 격노했다. 우희영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명백한 경선 불복으로 야권연대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며 “재공천을 즉각 취하하지 않으면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반발을 각오하고 있었다. 백혜련 후보 재공천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결단을 이끌어 내기 위한 카드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일부에선 이정희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선숙 사무총장은 사퇴 압박을 강력히 반대했다.
단일화를 전제로 김희철 의원을 관악을에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희철 의원이 무소속 등록을 위한 사퇴 시한이 21일 자정이라는 이유로 탈당해버렸다. 민주당으로선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사퇴를 압박할 카드를 잃어버린 셈이다.
22일 최고위원회가 결정한 그다음 카드가 ‘백혜련 공천’이었다. 민주당은 2010년 7·28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 은평을에서 장상 민주당 후보와 천호선 당시 국민참여당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단일화한 사례를 들어 안산 단원갑도 선거운동 중에 단일화하자는 태도다.
민주당에서는 이정희 대표가 출마를 강행할 경우 야권연대가 이뤄진 지역에서도 통합진보당 후보가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이정희 대표가 출마한다면 한명숙 대표나 민주당 쪽에서 지지운동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분위기가 전체 지역구로 퍼지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통합진보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당직자는 “야권연대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서는 통합진보당이 이정희 대표의 출마를 결정하면 한명숙 대표도 도와야 한다고 본다”며 “대선 이후까지 양쪽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더 멀리 보며 일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통합진보당과의 ‘연정’ 논의 가능성 등에 대비해 이번 총선에선 큰 틀에서 판을 보고 통 크게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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