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연대복원 촉구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불거진 야권연대의 위기와 관련해 시민사회 원로들이 “민주진보진영의 공멸 위기”라며 연대의 복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후보 등록 첫날인 22일에도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한 채 공방만 되풀이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상근 목사 등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 소속 시민사회 인사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당 대표가 만나 대승적 결단을 하지 않으면 전국적·포괄적 연대가 불가능하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연대를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통합진보당에 “경선 과정에서 규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국민은 통합진보당의 헌신과 희생을 요청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 일각의 경선 불복 행위들이 중단되어야 하며, 결과에 대한 승복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에는 이 대표의 ‘사퇴 결단’을, 민주당에는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경선 불복을 진화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원탁회의 관계자는 “양당이 22일까지 문제를 풀지 못하면 시민사회는 앞으로 중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양당은 시민사회의 주문과는 정반대로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전날 대표단 회의 등을 통해 ‘사퇴는 없다’고 입장을 정리한 이 대표는 23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성추문 논란’에 휩싸였던 통합진보당 윤원석 후보(경기 성남 중원)가 사퇴한 자리에 김미희 전 최고위원을 공천하는 등 당 내부 정비도 시작했다. 재경선을 거부해왔던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은 21일 자정께 탈당계를 제출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단일화 경선에서 3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경기 안산 단원갑 백혜련 후보를 둘러싼 양당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보 등록 뒤 단일화 재경선을 치른다’는 조건으로 이날 백 후보에게 공천장을 줬다.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명백한 경선 불복”이라며 “전국적으로 치른 경선 결과에 불복한다면 우리 당도 경선에서 진 후보들이 모두 출마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야권단일후보 경선관리위원장을 맡았던 백승헌 변호사는 “양당 모두 서로 상처 주는 데 몰두할 게 아니라, 정권 심판을 바라는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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