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당지도부, 비례대표 후보, 당직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 선거종합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서 기뻐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광주 오병윤·전남 김선동 승리…노회찬 등 화려한 복귀
“국민들께서 원하던 결과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12일 0시께 서울 대방동 당사 상황실에 선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통합진보당의 속내는 복잡해 보였다. 당 차원에서 보면 의석수가 크게 늘어 약진했지만, 공들인 야권연대를 통해 압도적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결국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날 0시를 기준으로 통합진보당은 13석 정도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구에서 7곳, 비례대표 투표에서 10% 안팎의 지지율로 6석 정도가 예상된다. 애초 통합진보당이 목표로 했던 원내 교섭단체(20석)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 당 지도부 등 주요 후보들은 두루 선전했다. 다만 기대를 걸었던 부산·울산·경남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통합진보당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이 지역에서 정파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것과 ‘박근혜 바람’을 잠재우지 못한 것을 패인으로 보고 있다.
이의엽 당 상임선대본부장은 “수도권에서 야권연대의 위력을 확인한 만큼, 정권교체를 위해 문제를 보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의석을 합쳐야 새누리당에 대항할 수 있게 된 만큼, 통합진보당은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와 부자증세 등에 대해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진보당은 호남 유일 야권 단일후보였던 광주 서을의 오병윤 후보와 전남 순천·곡성의 김선동 후보의 당선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진보정치의 ‘토양’이 좋은 호남 진출에 공을 들여왔는데, 두 후보의 당선으로 든든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선동 후보는 ‘최루탄 사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와 겨뤄 재선에 성공해 ‘영토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 후보의 경우 민주당의 양보를 받아 출마한 탓에 낙선했다면 당으로서는 타격이 큰 상황이었다. 더구나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측근인 이정현 후보가 워낙 선전해 부담이 컸지만, 결국 막판에 극적인 역전극을 연출했다.
당내 주요 정치인들의 성적표도 주목할 만하다. ‘경선 결과 조작’ 논란으로 위기를 겪었던 이정희 공동대표는 결과적으로 야권연대를 성공으로 이끌어 당내 입지를 더 탄탄하게 굳혔다. 이 대표가 자신 대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이상규 후보를 자신의 선거처럼 지원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 후보가 당선된 게 결정적이었다. 이 대표가 비록 원내 진입은 하지 못했지만 대외적으로는 총선 전보다 인지도나 호감도를 더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진보신당에서 합류한 노회찬, 심상정 후보도 진보정치의 대표주자로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노 후보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야권연대가 승리한 만큼 앞으로 야권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이며,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12번으로 나서 원내 진출에 실패한 유시민 대표는 참여당 출신의 강동원(전북 남원·순창) 후보가 민주당 중진인 이강래 후보를 꺾는 파란을 연출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분투한 천호선 후보(서울 은평을)는 150여표 차이로 아깝게 탈락했지만, ‘성추행 전력’으로 사퇴한 윤원석 전 후보 대신 나선 경기 성남 중원의 김미희 후보는 600여표 차이로 당선되는 저력을 보여줬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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