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공씨에게 빌려 복사…삼성 협박하다 MBC에 넘긴듯
‘미림팀장’ 공운영씨가 26일 공개한 자술서는 녹음테이프의 유출 과정에 대해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밝히고 있다.
진술서를 보면, 공씨는 1998년 초 면직당한 뒤 자신이 도청한 테이프 가운데 일부를 몰래 가지고 나왔다. 이후 99년 함께 면직당한 아무개씨가 재미동포 박아무개씨를 소개했다. 공씨는 박씨에게 삼성 관련 자료를 건네줬고, 박씨는 삼성 쪽과 협상을 벌였다. 삼성 쪽은 25일 사과문에서 “99년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도청 테이프를 거액을 요구하며 사 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박씨와 삼성의 협상은 실패했고, 공씨는 “즉시 (자료를) 반납받았다”고 밝혔다. 또 그 몇 달 뒤 국정원 감찰실 요원들에게 녹음테이프 200여개와 문건을 반납했다고 했다. 그런데 몇 달 뒤 국정원 쪽에서 “박씨가 삼성 쪽을 협박하고 있으니 해결해 달라”고 해 박씨를 설득해 여비와 항공권까지 주면서 미국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이후 잊고 있던 사건이 이번에 다시 불거져 나왔다는 것이 공씨의 주장이다. 공씨는 또 최근 전 동료 아무개씨로부터 “박씨의 아들이 찾아왔다”, “<문화방송> 기자가 만나자고 해서 쫓아버렸다”는 말을 듣고 박씨가 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고 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박씨는 공씨한테서 빌린 자료를 복사해 놓고 돌려준 뒤 복사한 자료를 가지고 계속 삼성 쪽을 협박하다 여의치 않자 <문화방송> 쪽에 제보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박씨는 이날 오후 <문화방송> 기자 2명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하려다 국정원 쪽에 인계됐다. 미국에 사는 박씨가 언제 왜 들어왔는지는 이번 사건을 밝히는 또 하나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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