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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이명박 시장이 ‘대규모 점포’ 길 터줬다

등록 2012-04-27 08:28

도시계획위 회의 두달전
도시물류기본계획 확정
‘기능 훼손않는 범위’ 단서
“판매시설 허용” 최종결재
서울시가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 복합유통단지(파이시티)에 대규모 점포 건설을 허용하는 안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자문안건으로 상정하기 두 달 전인 2005년 9월 화물터미널에 대규모 점포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한 ‘도시물류기본계획’을 확정한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서울시내 서·남·동부 3곳의 화물터미널을 복합유통단지로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이 기본계획은 당시 김영걸 도시계획국장, 원세훈 행정1부시장, 이명박 서울시장의 결재를 거쳤다. 서울시는 이후 두 차례 도계위 회의를 거쳐 ‘시설 변경’을 승인함으로써, 파이시티 개발 사업의 물꼬를 터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이명박 시장 재임 때인 2005년 9월26일 시장 방침으로 확정해 그해 12월 건설교통부 승인을 받은 도시물류기본계획을 보면, 서·남·동부 화물터미널 3곳의 정비원칙과 관련해 “화물터미널이 권역별 물류거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재정비하고, 해당 역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류시설(판매시설)의 개발을 허용·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서 남부 화물터미널이 문제가 된 파이시티 터다.

서울 서초구는 ㈜파이시티로부터 전체 부지의 38% 규모로 대형 점포를 지을 수 있도록 ‘세부시설 변경 계획’을 접수한 뒤, 2004년 9월 서울시에 ‘세부시설 변경 결정’을 신청했다. 1년 지나 도시물류기본계획이 확정되고 두 달 뒤 파이시티의 세부시설 변경 신청 안건이 도계위에 상정된 점도 공교롭다. 이 안건을 논의한 도계위 회의는 2005년 11월24일과 그로부터 13일 뒤인 12월7일 열렸다. 12월 회의에는 이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도 도시계획위원으로서 참석했다.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파이시티에 대규모 점포 등 세부시설의 변경을 승인해준 것은 서울시 물류기본계획에 따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인허가 과정에서 시가 물류기본계획의 ‘상류시설 개발을 허용·검토한다’는 원칙만 고려하고 ‘권역별 물류거점(화물터미널)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라는 단서는 무시한 채 파이시티에 대규모 점포를 허용해준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서울시는 도계위에 터미널 연면적의 4배가 넘는 대형 상가를 허용하자는 안을 ‘자문안건’으로 올렸고 이 시장은 2006년 5월 임기 말에 이를 확정해 고시했다. 당시 도계위 회의에서 “주(터미널)와 객(대규모 점포)이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화물터미널 기능 훼손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무시됐다.

서울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화물터미널은 용역과 재화가 이동하는 공공재인 만큼 상업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더라도 화물 기능과 용도를 훼손하거나 제약하지 않아야 하는데, 과도한 상업시설은 그 자체로 물류 이동량을 발생시켜 기존 물류의 흐름에 부정적 요인을 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파이시티는 공공재에 기여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범위의 사익을 창출하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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