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오른쪽)와 이인영 최고위원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해찬 “강한 리더십” 해명에도 “국민 외면 부를 것” 비판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합의’를 기획한 이해찬 상임고문은 27일 언론기고를 통해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을 지휘하고 중심을 잡을 확고한 리더십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오히려 정당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결국 대선 승리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해찬 고문은 이날 <프레시안> 기고에서 “대선까지 확고한 정체성과 가치를 확립해야 하고, 이를 위해 치열한 논쟁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적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을 굳건하게 지휘하고 중심을 잡을 강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란 것의 그의 결론이었다. 이는 4·11 총선에서 “삶과 직결되는 민생의 문제에 대한 정책적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해”서 야권이 패배했다는 분석에 기초한다. 이해찬계인 김현 당선자(비례대표)는 “올 연말까지의 주요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1997년과 200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경험과 연륜을 가진 두 분의 연대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합의가 결국 당내 선거의 역동성을 없애버리고 국민의 외면을 불러 대선 패배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오는 5월4일 선출되는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6월9일 당대표 선출을 관리한다. 이 당대표가 7~8월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게 되는데 두 사람이 각각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맡기로 한 합의는 사실상 대선후보까지 나눠먹겠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해찬-박지원 조합’이 주는 새로움과 역동성의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당내 다수세력을 점하고 있지만 ‘올드패션’ 이미지가 강한 두 사람의 합의가 국민에겐 재벌·대기업의 담합 행위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강력한 연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연대는 가치의 연대여야 하지, 권력의 연대여서는 곤란하다”고 이해찬·박지원 합의를 비판했다. 이해찬 고문이 주도한 ‘혁신과 통합’에서 함께 활동한 남윤인순 최고위원도 “그런 방식은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재야 원로들이 권유한 건 단합이지 담합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에서 ‘이해찬-박지원 합의’에 관여했다고 보도한 재야원로들의 ‘희망 2013·승리2012 원탁회의’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통합당의 내부 경선 등과 관련한 논의를 한 바 없다”며 “그런 보도가 이뤄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거리를 뒀다.
당대표 출마를 고심중인 김한길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계파 공천이 문제가 되어 총선에서 패배했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자 하는데,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라는 가장 높은 자리 둘을 계파 간에 밀실합의로 또 나누어서 갖겠다 하는 것은 참으로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세환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 사람의 합의를 ‘명분도, 감동도 없는 당권 나눠갖기’로 규정하고, “친노가 박지원 의원에게 원내대표라는 당근을 챙겨주는 대신, 민주당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접수해 대선주자까지 쉽게 먹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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