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비례경선 “현장투표 80~90%서 문제”

조사위, 부정의혹 2일 발표…후폭풍 거셀 듯
뭉텅이로 붙은 용지에…직인 없는 용지 나와

당내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조사중인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조준호 공동대표)가 ‘경선 당시 현장에서 진행된 유효투표의 80~90%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2일 오전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통합진보당 대표단은 1일 저녁 조사위의 결론을 바탕으로 경선 부정에 대한 책임 소재와 향후 수습책 및 당 운영 혁신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결과 발표 때 이런 내용을 함께 밝히기로 했다.

지난 3월14~18일에 치러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는 당원 4만1672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3만5512명(85.2%)은 온라인으로 투표를 했고, 5455명(14.8%)은 각 지역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현장투표 가운데 931표는 이미 투표용지 수와 선거인명부 인원수 등이 맞지 않아 무효처리된 바 있어, 통합진보당은 이번 경선 문제를 계기로 당 내부 운영방식 등에 대한 혹독한 외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당 진상조사위는 청년 비례대표 선출을 포함한 온라인투표와 관련해 투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프로그램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열어보는 등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투표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고의로 프로그램에 손을 대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진상조사위 조사 내용에는 도덕성을 중시하는 진보정당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황당한 투표 사례도 다수 포함돼 있다. 유권자들에게 하나씩 뜯어서 나눠주도록 돼 있는 투표용지가 한꺼번에 몇 장씩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었고, 투표 관리인이 떼어서 보관해야 할 부분이 분리되지 않은 채 투표함에 들어간 투표용지도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련번호표를 떼지 않은 투표용지나, 투표 관리자의 직인이나 사인이 없는 투표용지도 있었다.

당 대표단은 지난 29일 열린 워크숍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받고 조사 결과는 있는 그대로 모두 공개하기로 결정했으나, 수습책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려 발표를 미뤄왔다. 당내 비주류 세력들은 “그동안 당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왔던 당권파들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정희 대표의 사퇴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당내 주류 세력들이 2일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당내에서는 또 “문제가 드러난 경선을 통해 선출된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어떤 식으로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과 조처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석진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