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 부정 문제로 위기를 맞았다. 사진은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왼쪽에서 넷째부터)가 지난해 12월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출범식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위기의 통합진보당
비례사퇴 해법찾기 어려워
“특정당선자 부정증거 없고
관리잘못을 왜 개인에게 묻나”
비례사퇴 해법찾기 어려워
“특정당선자 부정증거 없고
관리잘못을 왜 개인에게 묻나”
“당권파가 무한책임을 지겠다. 당이 깨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도무지 수습책이 안 보인다.”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는 통합진보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2일 당 진상조사규명위원회의 발표 이후 이른바 ‘당권파’의 속내를 이렇게 털어놨다. 도덕성과 당 관리능력 등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피할 수 없는 상황도 인정하고 정치적인 책임도 질 수 있는데, 그걸로 충분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관련자 징계하고, 이정희 대표가 사퇴한 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는 방식으로 당권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런데 비례대표 사퇴 문제는 당권파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조사결과 발표 뒤 당내 다수파와 소수파의 수장인 이정희 공동대표와 유시민 공동대표가 비공식적으로 만나 2시간 정도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유 대표가 당대표를 맡아 당을 이끌면서 당 운영방식이나 구조 등을 혁신적으로 바꿔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요청했다. 당내 주류 세력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당권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유 대표는 ‘자신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유 대표의 한 측근은 “당권을 누가 맡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는 이들이 이번 사안을 대하는 태도나 시각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당권파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지한 성찰과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을 하려는 게 아니라, 당권 양보 등 정치적인 구도 변화를 통해 위기를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근본적인 회의가 깔려 있는 것이다. 진상조사위 구성을 처음으로 제안했던 심상정 공동대표도 ‘단순히 대표 사퇴가 문제가 아니라, 당권파들 스스로 폐쇄적인 당 운영구조 등을 바꾸려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례대표 당선자의 거취 문제는 이해관계가 가장 날카롭게 엇갈리는 부분이다. 참여당과 진보신당 출신 등 당내 비주류 세력은 비례대표 1~3번(윤금순, 이석기, 김재연)의 사퇴를 요구하며 ‘당권파가 책임지고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례대표 경선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해당 비례대표들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국민이 납득할 것이라는 취지다. 반면 다수파인 당권파들은 ‘특정 당선자가 부정에 개입했다는 증거도 없이 선거관리에 대한 잘못을 개별 당선자에게 묻기 어렵다.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부정 투표가 있었다고 해서, 정당하게 경선에 참여한 당원들의 의사까지 전부 없었던 일로 하기도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통합진보당 대표단은 3일 대표단 모임을 열어 이런 문제를 포함해 다시 한번 수습책 마련을 논의한다. 늦어도 4일 열리는 전국운영위원회까지는 대책을 내놓아야, 이 자리에서 당원들의 뜻을 물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단이 당원과 국민을 설득할 만한 대책을 빨리 내놓지 못하고 시간을 끌 경우엔, 정파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2008년 옛 민주노동당 분당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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