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당직자들이 3일 오후 서울 노량진 통합진보당사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의 그림자가 당 간판에 비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비례대표 수습방안 충돌
책임자 처리 이견…당권파 ‘이석기 지키기’ 속내
이정희 대표 “정치적·도의적 책임질것” 사퇴 시사
책임자 처리 이견…당권파 ‘이석기 지키기’ 속내
이정희 대표 “정치적·도의적 책임질것” 사퇴 시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이정희 심상정 유시민 조준호)은 3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종료하고, 전국운영위원회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조사 및 당기위 제소 등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비례대표 거취 문제를 두고 당내 최대 계파인 ‘당권파’와 비당권파(국민참여당 계열 유시민 대표와 진보신당 출신 심상정 대표, 민주노총 출신 조준호 대표)는 대립을 계속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날 “그 상황과 이유가 어떠했든, 집행 책임자들의 맹성과 부정투표 관련자들의 통렬한 반성, 그리고 통합진보당의 재기를 위해 저 스스로 가장 무거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할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가 사퇴하면 다른 공동대표들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비례대표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2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서 이 중 6명의 비례대표를 당선시켰는데, 3명은 문제가 된 당내 경선을 통해, 나머지 3명은 외부 영입을 통해 후보가 됐다.
비당권파 쪽은 20명의 후보 가운데 외부 영입을 하거나 전략공천한 후보(당선자 3명 포함해 6명)를 제외하고,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비례대표 후보(14명)는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참여당 계열인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에 참여한 비례대표 후보자 전원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의 뜻도 ‘경선 참여 비례후보 전원 사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당권파 쪽은 부정선거의 책임소재와 연관성을 밝힌 뒤에 책임있는 비례대표가 사퇴하는 형식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유하자면, 비당권파는 ‘시험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으므로 합격자(비례대표) 전원을 탈락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고, 당권파 쪽은 ‘시험에 문제가 생겼다고 학생에게 시험을 잘못 관리한 책임까지 묻는 것은 가혹하다’고 보는 것이다.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물밑에서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의 사퇴 문제다. 당권파 출신의 비례대표 당선자는 사실상 이석기 당선자 1명인데, 비당권파는 그를 ‘패권주의적으로 당을 운영해온 당권파의 핵심 인물’로 꼽고 있다. 이 당선자가 압도적 표 차이로 경선 1위를 차지했지만, 그도 당원 줄세우기와 동원투표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당권파는 선거관리의 책임을 지고 당권을 포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이 당선자의 부정선거 개입이나 공모 등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가린 뒤 사퇴를 결정하자고 맞서고 있다.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이 모두 사퇴하면 당선자 중에는 정진후(전 전교조 위원장), 박원석(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김제남(전 녹색연합 사무총장) 당선자가 남고, 당선이 안 된 비례대표 명부 후순위 중에는 유시민 대표(12번), 판사 출신인 서기호 후보(14번), 강종헌(18번·한국문제연구소 대표) 후보가 남는다. 이렇게 되더라도 유 대표가 비례대표를 승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많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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