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테이프 파문확산> 윤곽 드러나는 미림팀
1994년 오정소 대공정책실장 부임 뒤 재구성
“오실장, 김현철씨와 절친…보고서 내용 전달”
김기삼씨 주장…팀장 공운영씨는 입다물어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조직인 ‘미림’팀의 실체가 공운영 팀장의 자술서 등을 통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미림팀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으며, 이들이 생산한 ‘정보’가 누구를 거쳐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여부다. 아울러 이 정보가 어디에 활용됐는지도 의혹의 눈길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공씨 등 불법도청 녹음테이프 사건 관련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미림팀은 지난 1994년 안기부 지휘부의 극비 지시에 의해 재가동됐다고 한다. 이들이 만들어낸 녹취록 등은 안기부내 ‘비선라인’을 거쳐 청와대 고위 인사와 권력 핵심층 등 극소수에게만 보고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씨는 지난 26일 자해에 앞서 배포한 ‘자술서’를 통해 미림팀이 “(93년) 문민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활동중지 지시를 받았다가, 94년 재가동됐다”고 밝혔다. 김영삼 대통령의 집권 뒤 1년의 공백기를 거쳐 94년 어떤 필요에 의해 팀이 다시 활동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당시 재구성을 직접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 대목과 관련해 실마리가 될 만한 주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가 내놓고 있다. 그는 최근 <문화방송>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94년 초 오정소 당시 안기부 인천지부장이 대공정책실장으로 부임하면서 1년간 활동이 거의 없던 미림팀을 재조직했다”며 “당시에는 안기부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오 실장의 보좌관으로, 보고라인을 비교적 소상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김씨는 이어 “오 실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와 경복고·고려대 동문으로, 당시 안기부 내에서 현철씨와 절친한 인사였다”며 “(미림팀의 도청내용을 요약한) 미림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이원종(정무수석)-김현철’ 라인으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오정소 실장이 이원종 수석을 거치지 않고 김현철씨에게 ‘직보’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김씨는 장학로 청와대 부속실장의 수뢰사건과 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 경질 등을 예로 들며, 미림보고서가 주로 청와대의 인사나 수사기관의 사정활동 등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전자정당위원장도 27일 “불법도청을 감행한 안기부와, 이를 지휘한 김현철씨, 이를 방조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이뤄진 ‘트라이앵글’이 존재한다”며 미림팀 불법도청의 ‘배후’로 김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를 지목했다. 민 위원장은 그러나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언론에 나온 것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런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은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원종 전 정무수석은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현철씨에게도 보고됐다’는 기사가 나오던데, 그건 사실무근으로 고소 대상”이라며 “만약 나도 거명된다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정소 전 실장과 현철씨는 연락이 닿지 않아, 입장이나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오실장, 김현철씨와 절친…보고서 내용 전달”
김기삼씨 주장…팀장 공운영씨는 입다물어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조직인 ‘미림’팀의 실체가 공운영 팀장의 자술서 등을 통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미림팀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으며, 이들이 생산한 ‘정보’가 누구를 거쳐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여부다. 아울러 이 정보가 어디에 활용됐는지도 의혹의 눈길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공씨 등 불법도청 녹음테이프 사건 관련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미림팀은 지난 1994년 안기부 지휘부의 극비 지시에 의해 재가동됐다고 한다. 이들이 만들어낸 녹취록 등은 안기부내 ‘비선라인’을 거쳐 청와대 고위 인사와 권력 핵심층 등 극소수에게만 보고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씨는 지난 26일 자해에 앞서 배포한 ‘자술서’를 통해 미림팀이 “(93년) 문민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활동중지 지시를 받았다가, 94년 재가동됐다”고 밝혔다. 김영삼 대통령의 집권 뒤 1년의 공백기를 거쳐 94년 어떤 필요에 의해 팀이 다시 활동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당시 재구성을 직접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 대목과 관련해 실마리가 될 만한 주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씨가 내놓고 있다. 그는 최근 <문화방송>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94년 초 오정소 당시 안기부 인천지부장이 대공정책실장으로 부임하면서 1년간 활동이 거의 없던 미림팀을 재조직했다”며 “당시에는 안기부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오 실장의 보좌관으로, 보고라인을 비교적 소상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김씨는 이어 “오 실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와 경복고·고려대 동문으로, 당시 안기부 내에서 현철씨와 절친한 인사였다”며 “(미림팀의 도청내용을 요약한) 미림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이원종(정무수석)-김현철’ 라인으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오정소 실장이 이원종 수석을 거치지 않고 김현철씨에게 ‘직보’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김씨는 장학로 청와대 부속실장의 수뢰사건과 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 경질 등을 예로 들며, 미림보고서가 주로 청와대의 인사나 수사기관의 사정활동 등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전자정당위원장도 27일 “불법도청을 감행한 안기부와, 이를 지휘한 김현철씨, 이를 방조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이뤄진 ‘트라이앵글’이 존재한다”며 미림팀 불법도청의 ‘배후’로 김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를 지목했다. 민 위원장은 그러나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언론에 나온 것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런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은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원종 전 정무수석은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현철씨에게도 보고됐다’는 기사가 나오던데, 그건 사실무근으로 고소 대상”이라며 “만약 나도 거명된다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정소 전 실장과 현철씨는 연락이 닿지 않아, 입장이나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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