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한일회담 당시 외무차관
한일 회담 당시 한국이 일본에 제시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103만2천여명이란 수는 자료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로 뽑은 것이었다고 정일영(79) 당시 외무부 차관이 21일 밝혔다.
1960년 10월부터 2년 동안 국제법 전문가로서 한일 회담에 참가하고 이듬해 외무부 차관으로 발탁된 그는 “당시 우리가 만든 수치는 거의 소설로, 재판소에 가도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히고, “관련 자료는 일본이 다 갖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공개된 한일 협정 관련 문서는 당시 정부는 일제 강점기에 노동자·군인·군속 등으로 끌려간 피해자 103만2천여명에 대해 1인당 생존자는 200달러, 사망자는 1650달러, 부상자는 2000달러의 보상금을 제시한 것으로 돼 있다.
그는 “당시 경제기획원 장관실에서 열린 한일 회담 관계 국무회의에서 부처별로 피해자 현황을 제출받았는데, 내무부는 면사무소에 물어 몇 명이라고 보고하는 등 기가 차더라”며 “피해자가 몇 명인지 우리 저금이 얼마인지 통계가 없었고, 한국은행에도 자료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국 피해자 산출 근거가 없어 포괄적으로 돈을 받았고, 한국인 전체가 피해자라고 생각해 그 돈을 경제발전에 썼던 것”이라며 “3억달러를 103만명에게 나눠주라고 했더니 딴 데 썼다는 식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쪽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조선땅에 있던 모든 재산을 다 넘겨주지 않았느냐, 뭘 더 자꾸 받아가려 하느냐’며 회담 내내 소극적으로 나왔다”며 “우리로선 증거를 찾기 힘들고 사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언제 끝날지 몰라 정치적으로 타결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유강문 기자, 연합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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