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경선, 강기갑과 ‘2파전’…오병윤 출마 않기로
‘강기갑 지지’ 비당권계, 당 혁신 연서명 나서
‘강기갑 지지’ 비당권계, 당 혁신 연서명 나서
*강병기: <범울산연합·전 경남부지사>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이 속한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25~29일 진행되는 당대표 경선에 자체 후보를 내지 않고 강병기 전 경남 정무부지사를 지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당대표 경선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기갑 후보와 당권파의 지원을 받는 강병기 후보 양자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과 당 중앙위 폭력사태로 국민들에게 호된 질책을 받으며 궁지에 몰린 당권파가 부산·경남·울산 쪽(범울산연합)의 강병기 후보와 연합해 당의 주도권을 다시 쥐려는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을 주축으로 하는 당권파가 범울산연합과 손잡을 경우, 세력 구도상 당내 다수를 차지하며 당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출마 여부를 고심했던 당권파 쪽 오병윤 의원(광주 서구)이 출마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이런 현실적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당권파는 당원비대위를 만들어 이석기·김재연 의원 출당을 추진하는 당 혁신비대위에 맞서왔고, 이 때문에 당원비대위원장인 오병윤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당권파의 ‘전략 수정’ 배경에는 독자적으로 출마하더라도 당권을 차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당내에서 고립돼 있는데다, 후보를 내도 ‘그동안의 패권주의적 당 운영에 대한 어떤 반성도 없이 또 당권에 도전한다’는 역풍을 맞을 게 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당권파 쪽 한 인사는 “어떤 이유에서든 국민들은 우리가 또 당권에 도전하는 것을 곱게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울산연합과 연대해 당권파의 독자 출마에 따른 비판을 피하면서, 세력을 유지해 후일을 기약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 강 전 부지사가 속한 범울산연합은 혁신비대위와 당권파의 갈등 중재를 시도하는 등 그동안 당내 대립에서 한발 비켜서 있었다. 강병기 후보도 지난 15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거취와 관련해 “자진사퇴가 바람직하지, 제명이나 출당 등 강제적 조처는 옳지 않다”며 혁신비대위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당권파들은 범울산연합이 당권을 쥐면 일단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에 대한 출당 절차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비례경선 부정 등에 대한 재조사 등을 통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기대도 갖고 있는 것 같다. 울산연합은 현역 의원이 없지만, 당권파는 6명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당권이 없어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당권파가 ‘강병기 카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당권을 재장악할 경우, 그간 혁신비대위 차원에서 진행돼 왔던 ‘당 노선 현대화’ 등 혁신 작업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당내 패권주의를 비판해왔던 참여당 출신 당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당내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물론 다른 변수도 있다. 오병윤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 강병기 후보가 이석기·김재연 후보의 자진사퇴가 바람직하다고 말한 부분 때문이다. 당권파 쪽 인사는 “두 후보 처리 문제에 대해 (강병기 후보 쪽과)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막판에 오 의원이 출마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밤 강병기 후보가 당권파 쪽 인사를 만나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당권파와 범울산연합의 ‘연합 전략’에 맞서 당 혁신비대위를 이끌고 있는 비당권파 쪽에선 인천연합의 강기갑 현 비대위원장이 나선다. 참여당 세력과 진보신당 탈당파(새진보통합연대), 그리고 옛 민주노동당 자주파(NL) 계열인 인천연합이 그의 지원군이다. 애초 비당권파는 심상정과 강기갑 두 후보를 놓고 고심했지만, 당권파 쪽의 ‘연합 전략’에 맞서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면 강기갑 위원장을 내세우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비당권파는 쇄신의 명분이 자신들에게 있는 만큼, 이를 내세워 당원과 국민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행동에 나섰다.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전 대표 등 비당권파계 인사 47명은 17일 밤 당원게시판에 ‘당 혁신을 위한 제안서’를 올리고 댓글을 통해 당원·당직자들의 연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제안서는 ‘당내 밀실 정파주의와 불합리한 관습과 결별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한 이들에 대한 엄정한 조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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