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인터넷 시스템 서버 결함으로 지도부 선출을 위한 인터넷 투표가 중단된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사에서 혁신비대위와 당권파, 선거관리위원회, 각 후보 선거본부 관계자 등이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마친 뒤 언쟁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통합진보 선거 ‘시스템 오류’ 중단
당권파 “강기갑 등 총사퇴를” 비대위 “정치 공세”
재투표 합의해도 시스템 점검 등 최소 2주 걸릴듯
‘미투표 열람’ 2차 조사도 전문가 의견 달라 충돌
당권파 “강기갑 등 총사퇴를” 비대위 “정치 공세”
재투표 합의해도 시스템 점검 등 최소 2주 걸릴듯
‘미투표 열람’ 2차 조사도 전문가 의견 달라 충돌
‘설상가상, 엎친데 덮친격’이다. 두쪽으로 나뉜 통합진보당 세력이 무엇을 하더라도 서로 믿지 못하고, 어떤 사안이든 마주보고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7일 새벽, 한창 진행 중이던 당 대표 선거가 온라인 투표 시스템 오류로 전면 중단되면서 갈등을 겪고 있는 진보당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전날 밤 공개된 당 비례대표 경선 2차 조사 결과를 두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서로 맹비난하던 와중이었다. 당 내부를 수습할 계기로 꼽히던 선거가 중단된 상황에서, 선거중단 책임론까지 겹치고 있다. 당내부에서도 ‘과연 양쪽이 함께 당을 할 수 있을까? 전체가 공멸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선거 중단 책임론 공방 27일 당권파 쪽은 선거중단 사태의 책임은 혁신비대위(비당권파)에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비대위가 선거관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당권파 쪽 김미희 의원은 이날 오전 “비대위가 기존 투표 시스템을 믿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졸속 계약을 했다”며 “불신병과 조급증이 결국 초유의 투표 중단 참사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초유의 투표 중단 사태에 책임지고 강기갑 혁신비대위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기갑 후보 쪽 박승흡 대변인은 “현 상황을 슬기롭게 수습하고 당 지도부를 선출해 당을 빠른 시일 안에 정상화하는 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며 “당권파의 혁신비대위 총사퇴 요구는 전날 확정된 진상조사특위의 진실을 호도하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반면 강병기 후보 쪽은 “비대위의 선거관리 부실에 대한 과도한 정치 공세도 부적절하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 투표를 재개하는 것 또한 책임 회피”라며 양쪽의 책임 있는 조처를 요구했다.
당권파나 비대위 모두 지금껏 진행된 투표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고, 복구된다고 해도 신뢰성을 잃은 만큼 전면 재투표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재투표를 하려면 기술적인 문제나 시스템 점검 등에 최소 2주일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일정이 그만큼 연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2차 조사 결과 두고도 ‘격돌’ 2차 진상조사가 부정선거의 핵심증거로 내세운 ‘미투표 현황 수시 열람’의 성격을 두고 양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앙당 컴퓨터에서 1484건의 미투표 현황 조회가 이뤄진 것에 대해 특위의 보고서 내용과 특위 조사에 참여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부전문가는 투표권자가 투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선관위에 문의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문의가 오면 당사자의 신원과 투표권 여부, 투표 여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보고 있다. 중앙당에서 이뤄진 1484건의 조회 수 역시, 제주도 건설회사 사무실에서 이뤄진 미투표자 현황 조회가 6000여건이었다는 점과 비교해도 결코 많은 수치가 아니라는 게 외부 전문가의 판단이다.
해석이 다르니 주장도 엇갈렸다. 강기갑 후보는 이날 “2차 진상조사 결과에 승복하고,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반면 당권파의 지원을 받는 강병기 후보는 “조사위원장이 사퇴했고, 사실 관계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며 “양쪽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고 최종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강기갑 당대표 후보(왼쪽)와 강병기 당대표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통합진보당 대표 경선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