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의 야당탄압” 방패로 ‘방탄국회’ 비난여론 맞서나

검찰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체포영장을 청구한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총회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운데)가 자신이 검찰 수사에서 겪은 일들을 말한 뒤 연단을 내려가고 있다. 그 건너편으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앞줄 오른쪽부터)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모습이 보인다. 이정우 선임기자 [e-mail]

민주당 ‘박지원 체포동의안’ 고민
대선 앞둔 야권전체의 문제 판단
한명숙 등 나서 ‘정면돌파’ 호소
새누리당 의원 개별설득 공들여
정두언때 여당 비난 부메랑 우려
대선주자에 악영향 줄까 부담도

검찰이 30일 세번의 소환요청에 응하지 않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다음달 2일 임시국회 폐회를 앞둔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법원은 이날 체포동의요구서를 법무부에 보냈고, 법무부가 31일 이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태도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을 표결로 처리하겠다며 강경하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이번 수사는 검찰과 새누리당이 합작해 상대 당의 원내 사령탑을 쓰러뜨리려는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속 고민은 깊다. 첫째는 다수당인 새누리당에 맞서 체포동의안을 무력화할 현실적인 방법이 있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그 결과 ‘방탄국회’를 열었다는 여론의 비판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2일 본회의가 열린 뒤 국회의장이 체포동의안을 직권상정하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통해 동의안 자체를 무력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상정 뒤 동의안 처리 시한이 72시간(3일)이기 때문에, 4일 이후면 체포동의안의 효력이 사라진다. 표결이 진행되면 부결 전략으로 간다는 방침이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때처럼, 여야 의원 모두에게 ‘행정부의 입법권 침해’ 논리로 개별 의원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박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면 앞으로 여야 관계없이 검찰이 보내는 사소한 체포동의안도 모두 동의처리 해줘야 한다”며 “양식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런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런 방침은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각오한 일이다. 민주당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어, 자신들이 그대로 여론의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당 전체뿐만 아니라 개별 대선주자들에게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대선을 앞둔 야권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보고 이런 위험을 감수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9월 정기국회와 대선전에서 박 원내대표만큼 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할 인물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박 원내대표와 당과 원내에서 역할 분담을 약속했던 이해찬 대표도 이번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대선 때 박 원내대표로 상징되는 호남표 결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명분은 약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연일 검찰 수사의 부당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검찰의 기소 이후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경험이 있는 한명숙, 김현미 의원이 직접 나서 의원들을 설득했다. 한 의원은 “검찰의 교묘한 정치 탄압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며 “검찰은 상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도 (수사를) 끌어갈 수 있다는 점을 의원들이 아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의원은 “박지원은 우리의 대표다. 그래서 당하는 것이다. 지켜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의원은 과거 검찰 수사를 받던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가 (박 원내대표를) 지키지 않고 다 내주고 나면 나중에 누가 남나. 누가 당 위해, 이 진영 위해 몸을 던지며 싸우겠나”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석진환 송채경화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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