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진보당 지지 철회 이후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14일 새벽 통합진보당에 대한 ‘전면적 지지 철회’를 결정함에 따라, 진보정치 진영의 지각변동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2000년 출범한 민주노동당과 ‘동행’해온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 당원 7만5000명 가운데 3만5000명이 조합원일 정도로 진보정당의 물적·심적 기둥 구실을 해왔다. 민주노총의 방향 전환이 곧 진보진영의 궤도 수정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옛 당권파 큰 타격
이석기 제명안 부결로 촉발돼
당권파 정치적 회복 힘든 상처
민주노총 내부서도 의견 복잡
혁신모임 지지할지는 ‘미지수’ ■ 옛 당권파 타격…신당 추진 활로 열려 민주노총의 이번 결정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부결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제명을 반대해온 옛 당권파는 정치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됐다. 반면, 신당 창당을 추진해온 당내 ‘혁신모임’(참여당계, 인천연합, 통합연대)은 진보세력 재편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 결정이 곧바로 새로 창당될 진보정당 지지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 내부도 외부의 다양한 정파들만큼이나 사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안에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좌파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이들과, 통합진보당 내 ‘혁신모임’ 지지 그룹, 옛 당권파와 가까운 통합진보당 지지 그룹, 진보신당 지지그룹 등이 혼재해 있다. 최근엔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통합진보당 ‘혁신모임’으로서는 민주노총의 전면적 지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주요 산별노조의 지지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민주노총 결정 직후 강기갑 대표가 울산으로 달려가 당원들과 간담회를 연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옛 당권파 쪽 관계자는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 우리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며 “배타적 지지 철회가 곧바로 대규모 탈당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도 걸림돌 많아
혁신모임 정파별 미묘한 입장차
노동계 일부 참여당계 불신도
민노당 전직 최고위원 17명
‘재창당 실패땐 신당’ 중재안 ■ 신당창당파 내부 이견 변수 신당 창당을 둘러싼 통합진보당 내 미묘한 입장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혁신모임’에 참여중인 지도급 인사들과 참여당계 당원들은 탈당과 창당에 강경한 태도인 반면 인천연합 등 민주노동당 때부터 오래 활동을 했던 당원들 일부는 여전히 분당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희, 최규엽, 최순영 등 전직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17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지회견을 열어 “노동 중심의 혁신재창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끝내 혁신재창당이 거부될 경우 새로운 진보대통합당 건설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통합진보당으로는 어렵지만, 재창당 수준의 혁신 노력을 해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 일종의 중재안이다. 신당 창당의 또다른 ‘걸림돌’은 노동계와 진보진영 일부가 참여당계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진보신당은 지난해 말 진보통합 논의 때 국민참여당과 합당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참여당 출신인 유시민 전 대표가 지난 8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노총과 민주당의 전면적 결합을 전제로 “민주당의 왼쪽 날개가 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발언한 점도 ‘좌파 진영’의 이런 불신을 키웠다. 실제 대선경선을 진행중인 민주당 각 캠프는 민주노총과 전략적인 연대 및 참여계 당원의 경선 참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의 적극적인 구애가 ‘진보의 재구성에 변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지난해 통합진보당과 합당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온 진보신당(창준위)은 민주노총의 결정에 대해 “이제야 민주노총이 고수해온 ‘배타적 지지’의 빗장이 풀렸을 뿐인데, (각 세력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성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박은지 진보신당 대변인은 “향후 민주노총은 현장 노동자들과 기층 노조와 함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진보신당은 그 치열한 논의 과정에서 하나의 주체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이석기 제명안 부결로 촉발돼
당권파 정치적 회복 힘든 상처
민주노총 내부서도 의견 복잡
혁신모임 지지할지는 ‘미지수’ ■ 옛 당권파 타격…신당 추진 활로 열려 민주노총의 이번 결정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 부결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제명을 반대해온 옛 당권파는 정치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됐다. 반면, 신당 창당을 추진해온 당내 ‘혁신모임’(참여당계, 인천연합, 통합연대)은 진보세력 재편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 결정이 곧바로 새로 창당될 진보정당 지지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 내부도 외부의 다양한 정파들만큼이나 사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안에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좌파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이들과, 통합진보당 내 ‘혁신모임’ 지지 그룹, 옛 당권파와 가까운 통합진보당 지지 그룹, 진보신당 지지그룹 등이 혼재해 있다. 최근엔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통합진보당 ‘혁신모임’으로서는 민주노총의 전면적 지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주요 산별노조의 지지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민주노총 결정 직후 강기갑 대표가 울산으로 달려가 당원들과 간담회를 연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옛 당권파 쪽 관계자는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 우리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며 “배타적 지지 철회가 곧바로 대규모 탈당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통합진보당 지지철회를 선언한 다음날인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민주노총 특별위원회’ 1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혁신모임 정파별 미묘한 입장차
노동계 일부 참여당계 불신도
민노당 전직 최고위원 17명
‘재창당 실패땐 신당’ 중재안 ■ 신당창당파 내부 이견 변수 신당 창당을 둘러싼 통합진보당 내 미묘한 입장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혁신모임’에 참여중인 지도급 인사들과 참여당계 당원들은 탈당과 창당에 강경한 태도인 반면 인천연합 등 민주노동당 때부터 오래 활동을 했던 당원들 일부는 여전히 분당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희, 최규엽, 최순영 등 전직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17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지회견을 열어 “노동 중심의 혁신재창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끝내 혁신재창당이 거부될 경우 새로운 진보대통합당 건설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통합진보당으로는 어렵지만, 재창당 수준의 혁신 노력을 해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 일종의 중재안이다. 신당 창당의 또다른 ‘걸림돌’은 노동계와 진보진영 일부가 참여당계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진보신당은 지난해 말 진보통합 논의 때 국민참여당과 합당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참여당 출신인 유시민 전 대표가 지난 8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노총과 민주당의 전면적 결합을 전제로 “민주당의 왼쪽 날개가 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발언한 점도 ‘좌파 진영’의 이런 불신을 키웠다. 실제 대선경선을 진행중인 민주당 각 캠프는 민주노총과 전략적인 연대 및 참여계 당원의 경선 참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의 적극적인 구애가 ‘진보의 재구성에 변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지난해 통합진보당과 합당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온 진보신당(창준위)은 민주노총의 결정에 대해 “이제야 민주노총이 고수해온 ‘배타적 지지’의 빗장이 풀렸을 뿐인데, (각 세력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성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박은지 진보신당 대변인은 “향후 민주노총은 현장 노동자들과 기층 노조와 함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진보신당은 그 치열한 논의 과정에서 하나의 주체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