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후 “신당 창당은 해결법 못돼…민노총 창구 될 것”
서기호 “제대로 된 진보당 만들 기회…신당쪽 합류”
서기호 “제대로 된 진보당 만들 기회…신당쪽 합류”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철회하는 등 통합진보당의 분당이 가시화하면서 소속 의원들의 행보도 엇갈리고 있다. 김제남·박원석·서기호·정진후 의원 등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전략명부 비례대표 4명의 선택지도 달라질 전망이다. 비례대표는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4명 모두 당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원석·서기호 의원은 신당과 행동을 같이할 예정인 반면, 김제남·정진후 의원은 당에 남아 통합진보당을 되살리겠다는 입장이다. 서기호·정진후 의원은 옛 당권파의 이정희 전 대표가 영입했지만, 김제남 의원과 달리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행동을 함께 했다. 그러나 이 두 의원 역시 당이 맞닥뜨린 현실에 대한 진단과 진보정치의 미래에 대해선 적잖이 편차를 드러냈다.
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
“민노총 지지철회 계기로
정치세력화 논의 재점검해야
신당은 세력간 불신만 키울것
민노총 정치방향 정할때까지
당에 남아 그들 요구 전할것” “민주노총의 지지철회가 곧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통합진보당을 통해서는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정치 방향을 정하기 전까지는, 저는 당에 남아 민주노총 이루고자 했던 것을 실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을 만났다. 정 의원은 총선 이후 당내 상황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지만, 최근 진행되는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당에 희망이 없다는 ‘혁신모임’ 쪽의 진단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새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당의 노동중심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각 세력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경험과 신뢰를 쌓지 않고 물리적 결합만 했을 때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지금 당의 상황이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지난해 통합진보당 창당에 참여했던 3주체와 마찬가지로, 현재 신당을 만들겠다는 3주체 역시 화학적 결합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화학적 결합이란, 노동계나 진보운동을 해왔던 이들이 국민참여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세력’을 신뢰하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걸 의미한다. 정 의원은 “당내에서 싸우더라도, 함께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서는 원내 활동도 함께 하고 노동현장에서 실천적 모습을 보여줘야 새로운 정치적 모색도 가능한 것”이라며 “이런 화학적 결합이 없으면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자칫 또다른 패권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자 유일한 민주노총 출신 현역 의원인 정 의원은 현 상황을 돌파할 방법으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연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민주노총이 대선을 앞두고 각 진보정치 세력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묶어내는 정치방침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방침을 통해 대선을 치르고 나면, 그 경험을 통해 대선 이후 진보진영의 재구성에 대한 판단 기준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민주노총이 지지를 철회했지만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당에 남아 역사성이 있는 당이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민주노총과 노동자들의 요구를 끊임없이 당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기갑 대표에 대해서도 “인선안도 제시하고 개혁과제도 내놓는 등 정면돌파에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설사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국민과 당원들에게 혁신 과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신당을 추진하는 ‘혁신모임’ 쪽에서는 당에 희망이 없다고 한다. 이런 진단에 동의하시는지? “충분히 이해를 한다. 지난 두 번의 중앙위 사태를 보고 ‘희망이 있냐’는 물음에 대해 자신있게 있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누구도 진정성 있게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자세가 보이지 않아 더더욱 암담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미흡하다. 진보라는 개념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다. 희망을 잃었다면, 구체적인 진단과 성찰, 노력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 희망이 없다고 하는 말로 국민들과 진보정치의 발전을 바라는 당원들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희망이 없다’는 평가에 구체적으로 뭐가 빠졌다는 것인가? “혁신모임이 말하는 신당은 가치 중심을 어디에 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진보정당의 역사가 노동자들의 피나는 노력과 절규에 가까운 염원으로 이어져왔는데, 새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노동중심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방안과 고민이 현재로선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신당은 자칫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또다른 패권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아직 신당을 할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 -옛 당권파는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비례대표 선출 관련 문제가 드러난 시점부터 지금까지 이를 당권투쟁이라고만 규정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고, 일반 당원이나 국민들의 시선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당의 진로를 고민하기보다 지나치게 정파 중심의 논리에 충실했다. 제명안을 표결했던 의원총회에서 저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에게 ‘두분에게 지게 만든 책임이 너무 가혹하다는 데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과거 그들이 보여줬던 헌신성을 더 빛나게 하려면 희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민주노총의 지지철회 결정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노동의 지지철회는 현재 당이건, 새로운 정당이건, 아니면 또다른 정치세력을 만들건간에 노동중심성을 확고히 해야한다는 경고이고 주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노총도 이번에 15년에 걸친 정치세력화 논의에 대해 평가하고 그를 기반으로 새로운 모색을 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을 본다. -당내 유일의 민주노총(전교조) 출신으로선 본인의 진로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많은 분들이 민주노총 지지철회 이후 너도 결심을 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주문을 했다. 저는 민주노총의 지지철회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노동중심의 정당 건설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통합진보당을 통해 그게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것일 뿐이다. 민주노총이 당에서 철수했을 뿐 애초 의지와 열정이 살아있다고 보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어떤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저는 여전히 이 당에 남아서 민주노총이 하고자 했던 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지지를 얻고 국회의원이 된 저라도 남아서 민주노총의 요구를 당에 전달해야 하지 않겠나.” -당에 남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제 지위와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민주노총이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이제는 그저 진보신당이나 통합진보당이나 같은 위치가 된 것이다. 저는 이런 시기에 그나마 역사가 있는 이 정당이 정체성을 조금이라도 잃지 않도록 하고, 향후 민주노총이 어떤 정치적 결정을 내릴 시기에 통합진보당도 함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놓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앞으로 어떤 정치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는가? “현재 민주노총이 새정치특위를 만들어 논의 중인데, 각 진보정치 세력들 즉 민주노총 내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들을 묶어내는 정치방침을 제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대선 이전에 새 정당에 대한 모색으로 나타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민주노총이 대선시기에 노동자의 요구를 정치적으로제출하는 과정을 생략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대선 전에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는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각 진보정치 세력의 연대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이른바 진보진영과 자유주의 진영의 만남도 가능한 일이다.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결속력 강화가 필요하다. 어차피 이번 지지철회로 통합진보당은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연대가 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신당 창당에 동의하지 않는 것인데, 창당이 아니라면 어떤 걸 할 수 있다고 보는가? “혁신모임 쪽 노력도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를테면 지금 우리 당은 용역폭력 문제, 박근혜의 과거사에 대한 평가, 제주해군기지, 쌍용차 등 모든 현안을 놓치고 있다. 법안 발의도 못한다. 당내에서 싸우더라도 빨리 새 원내대표라도 선출해 원내에서 일을 해야하는데 모든 것에 손을 놓고 있다. 이런 것들을 조율하는 게 정치지도자의 역할이 아닌가. 서로가 서로에 대해 촉구만 하고 있을 뿐이다” -강기갑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막연하게 패권주의 청산, 노동중심성 강화를 외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부딪히면서, 절감하도록 해야한다. 강 대표가 성공하시든 실패하시든 돌파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인선도 제시하고, 나부터 이렇게 하겠다고 당 운영방안도 제시하고 해야한다. 강 대표의 역사적 소임은 창당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게 설사 하나도 성공 못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상곤 교육감이 당선된 뒤 1년2개월 동안 성과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하나도 못해낸 게 성과였다. 개혁적 과제가 계속 발목이 잡히고 묵살이 되는 과정을 통해 ‘아 무상급식 필요하구나, 진보교육감 되니까 진보적 교육의제가 설정되는구나’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지만, 큰 각인 효과를 냈고, 그 결과 다음 교육감 선거 때 진보적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됐다. 저는 강대표의 역할이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강 대표와 뜻을 함께하는 ‘혁심모임’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통합진보당 처음 창당할 당시 창당 이후 노동중심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통합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상호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통합 이후 당내 화학적 결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노동계가 참여당 등 이른바 ‘자유주의세력’에 대해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보여줘야 한다. 원내 활동도 함께 하고 피나는 노동현장에서 실천적 모습을 보여줘야 새로운 정치적 모색도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막연히 여러 세력이 새로운 당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통합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새로 당을 만드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은 실패한다는 걸 지금 상황에서도 충분히 얻고 있는 교훈 아닌가?”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통합진보당 서기호 의원
“2008년 분당때완 확연히 달라
대중적 진보정당에 대한 요구 커
실패땐 소멸된다는 절박함 있어
여러 정치세력간 갈등 극복 가능
민주당도 신당과의 연대 긍정적” “신당 창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총선 때 10%의 유권자가 지지했는데, 지금은 2%로 떨어졌다. 8%의 지지자들은 제대로 된 대중적 진보정당에 대한 요구가 있다. 거대 지역정당의 한계로 인해 신당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기호 통합진보당 의원을 만났다. 서 의원은 9월 초부터 가시화될 신당의 ‘성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 부결로 당이 위기를 맞았지만, 오히려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 기회가 생겼다고 보고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지지선언을 당장 끌어내긴 어렵더라도, 조만간 각 지역별 창당 주체가 생기고 외부인사 영입 등 외연확대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면 신당이 할 수 있는 게 많다”며 “민주당은 옛 당권파와는 함께하지 않으려 하지만, 신당과는 야권연대를 하겠다는 긍정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신당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서 의원은 2008년 진보신당 분당 때와는 인적구성이나 분당 이유 등이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당시엔 국민들이 왜 갈라지는지 관심도 없었지만, 지금은 왜 갈라졌는지 명확히 알고 있고, 지지도 높다”며 “신당을 만드는 이유도 정파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낡은 방식과 관점을 집어던지고, 상식과 눈높이에 맞춘 대중적 정당을 선택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정치세력이 과연 제대로 결합할 수 있겠느냐’는 외부의 우려에 대해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의원은 “경선부정 사태에 대처하고 강기갑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화학적 결합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각 세력들이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 마지막으로 여기고, 실패할 경우 민주당으로 흡수되거나 소멸할 것이란 절박함이 있기 때문에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서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 14번을 받았다가, 1번 윤금순 후보가 사퇴한 뒤 의원직을 물려받았다. 그는 “신당이 만들어진다고, 통합진보당을 탈당해 의원직을 잃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당에 잔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 의원은 “앞으로 사법개혁과 인권분야에 대해 법사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잔류를 해도 통합진보당을 위한 활동은 하지 않을 생각이며, 국민들도 신당 쪽 의원으로 봐주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현재 당에는 희망이 없고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는데? “신당 창당을 위한 ‘혁신모임’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정희 대표의 제안으로 입당해놓고 ‘배신’한 게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다. 그건 오해다. 저는 이길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분들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특정 정파에 속한 판단이 아니라 개인의 판단이라는 것인가? “저는 정파적 기반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의 시각에 가깝게 당을 바라보고 있다. 저는 ‘혁신모임’에 속한 그룹들도 반성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본다. 진보신당파는 과거 분열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하는 분들이다. 그거 때문에 진보정치의 시계가 멈춘 측면이 있다. 참여당계도 굉장히 여러가지 왔다갔다 많이 했고 실책도 했다. 옛 당권파가 당파괴 세력, 분열세력으로 의심할 만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제가 당내 사태 이후 계속 회의를 해보니, 아 이분들은 충분히 자기반성과 성찰을 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점에서 저는 자기반성과 성찰이 없는 옛 당권파보다 낫다고 보는 것이다. 옛 당권파는 아직까지 자기반성과 사과, 성찰을 하는 걸 본적이 없다. -신당이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의 제명 부결 사태로 위기가 왔지만, 저는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진보정당 만들 기회가 생겼다고 본다. 희망적이고 기대에 차 있다. 진보정치 혁신모임에서 지역별로 창당 주체를 만들 것이고, 외연 확대를 위해 당원이 아닌 분들도 모시려고 한다. 조만간 신당 창당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 될 것이다. 다만 민주노총은 당장 신당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안다. 개별 탈당 뒤 입당은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어 신당은 할 수 있는 게 많다. 민주당도 신당과는 야권연대를 할 수 있지만, 옛 당권파와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옛 당권파는 대선 국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독자적인 대선 출마를 바라는 국민들은 얼마나 되겠나. 고립되어 독자 출마를 한다고 해도 야권표만 갈라먹는 출마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보 분열만 될 거라는 우려도 있는데? “지금은 분당, 즉 정파간 분리라고 보이는 측면이 있는 게 현실이지만, 신당 창당에 대해 국민들의 지지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총선 때 국민들이 10%의 지지를 주셨는데, 지금은 2%로 떨어졌다. 8%가 떠났다는 이야기인데, 그분들은 여전히 대중과 함께하는 진보정당에 대한 요구를 갖고 있다고 본다. 신당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앞으로 더 두드러질 것이고, 그를 넘어서는 외연확대도 가능하다. 우리 정치는 양당구조처럼 보이지만, 양당이 지역 정당의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중적 진보정당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과거 진보신당 분당 때도 비슷한 기대가 있었는데? “2008년 진보신당 때와 확연히 다르다고 본다. 당시엔 국민들이 왜 갈라지는지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왜 갈라졌는지 명확히 알고 있고, 지지도 높다. 또 이번에는 참여당계뿐 아니라 진보신당계, 옛 민노당계 인천연합, 무정파 민노당 당원들도 탈당을 많이 하고 있다. 정파적 차이로 분당하는 게 아니다. 과거 운동권식 정파대립이나 국민보다 동지를 우선하는 낡은 관점을 벗어던지고, 상식과 눈높이에 맞춘 대중적 정당운영 방식을 선택하는 그런 문제로 본다.” -(신당을 창당하는) 세 주체가 일종의 연합군으로, 제대로 화합할 수 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런 우려가 있지만, 경선부정 사태를 대처하는 과정이나 강기갑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혁신지도부를 이뤄 화학적 결합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제명안 부결 이후 비공식 회의 때도 제가 과정을 지켜보니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과 구태청산의 관점에서 보면 큰 틀의 차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분들도 이번 창당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패하면 대중적 진보정당은 이제 없는 것이고, 민주당으로 흡수되거나 소멸된다는 절실함과 절박함이 있기 때문에 잘 될 것으로 본다.” -민주당과 통합을 논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나? “지금 당장 ‘민주당의 왼쪽 날개’ 이런 것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실패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 -당내 일부에서는 ‘혁신재창당’을 시도해보고, 안되면 창당을 하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그런 의견을 내신 분들이 내세운 조건이 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와 중앙위 폭력사태 책임자들의 백의종군 선언 등 옛 당권파가 그 조건을 받아들이면 내부 재창당도 가능하다는 의견인 듯하다. 충분히 공감한다. 민주노동당부터 오래하신 책임있는 분들이라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의 말이이신 것 같다. 갑자기 당을 뛰쳐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이다. 익숙치 않기 때문이다. 그 분들의 의견과 ‘혁신모임’ 쪽 의견이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보고, 다만 속도조절의 차이라고 본다.” -서 의원은 혁신재창당에 부정적인가? “제가 볼때는, 또 참여당계나 이미 탈당한 이들이 볼 때는 옛 당권파가 그 조건을 받아들일리 없다. 그럴 자세가 돼 있다면 당내 상황은 5월 초에 끝났을 것이다. 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쪽이다. 저는 밖에서 들어온 사람이다. 때문에 외부에서 당을 보는 시각에 가까운 편이다. 밖에서 저를 지지했던 분들은 저에게 단호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신당이 창당되어도 탈당하지 않고 통합진보당에 남겠다고 했는데? “탈당할 이유가 없다. 의원직 승계한 지 이제 한 달 되어 겨우 보좌진 꾸렸지만, 사법개혁과 인권분야에 대해 법사위 통해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을 할 계획이다.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기대하고 있다. 제 개인이나 정파적 이익 때문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 의원직 유지하려는 것이다. 저는 이게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다른 부분이라 생각한다.” -탈당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통합진보당 의원의 활동으로 인식하지 않을까? “저는 통합진보당 의원으로서 활동하지 않을 생각이고, 오히려 신당 쪽에서 활동을 할 생각이다. 국민들도 그 쪽 의원으로 봐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혁신모임’의 취지에 동의하니까 그렇게 활동을 하겠다는 것인데 만약 그런 취지가 변질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정희 전 대표가 영입했는데도 옛 당권파에 대한 믿음를 접은 계기가 뭔가? “그 분들은 이석기, 김재연 후보는 부정이 없고, 오옥만 후보의 부정은 맞다는 거다. 하지만 저는 과연 그런 부분이 법정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듯 명쾌하게 가릴 수 있느냐, 증거가 충분하냐는 부분에 있어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냐고 묻기 이전에 전체적인 선거가 부실하고 그 결과값을 믿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을 지자는 것이었다. 진실을 따지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밖에 없는데, 진보정당 문제를 검찰에 넘길 수 없다는 게 그분들 생각 아닌가. 옛 당권파들이 자기 주장만 강변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자고 하는데 법적 책임 이야기를 꺼냈다. 대화가 안 되고 소통 안 되는 답답함을 느꼈다.”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부분이 문제라는 것인가? “대중적 진보정당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책임과 희생이 따르는데, 책임지는 자세의 차이라고 본다. 옛 당권파는 국민에게 대중에게 책임지는 정치가 아니라, 자기 정파의 이익을 옹호하고 자기 정파 사람을 지키는 것에 몰두했고, 그걸 위해 중앙위에서 폭력을 휘둘렀다. 도저히 대중적 진보정당의 모습으로 볼 수 없었고, 그래서 이정희 전 대표에 대한 지지철회까지 했던 것이다.” -옛 당권파들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실패했다고 보는 것인가? “지금껏 진보정당이 대중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계몽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보수언론에 세뇌당해 있고, 그래서 진실을 알고 있는 우리가 깨우쳐줘야한다는 관점이다. 이렇게 국민을 가르치려면 대중적인 정당이 안 된다. 전위정당, 등대정당 할거면 차라리 운동단체 하는 게 낫다. 헌법에 보장된 정당의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당내에서는 ‘당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 등을 근거로 성급한 변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종북 의혹은 털어야 한다. 북한 문제는 평화통일 당사자로서 존중하되, 인권문제나 핵무장, 3대세습 문제 등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한다. 그래야 종북으로 의심하는 눈초리를 벗어날 수 있고, 그래야 대중적 진보정당이 될 수 있다. 새로나기 보고서는 종북문제와 민주적 운영방식 두 가지 틀에서 접근했는데, 전체적인 부분에서 저는 대부분 동의한다. 대중적 진보정당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본다. 우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진보적 가치는 선언적으로 해서 지켜지는 게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 하나하나 생활적인 진보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지금은 이념이 아니라, 개별적 진보의 가치를 실천할 때다. 2010년의 무상급식이 그런 사례라고 본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
정치세력화 논의 재점검해야
신당은 세력간 불신만 키울것
민노총 정치방향 정할때까지
당에 남아 그들 요구 전할것” “민주노총의 지지철회가 곧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통합진보당을 통해서는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정치 방향을 정하기 전까지는, 저는 당에 남아 민주노총 이루고자 했던 것을 실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을 만났다. 정 의원은 총선 이후 당내 상황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지만, 최근 진행되는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당에 희망이 없다는 ‘혁신모임’ 쪽의 진단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새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당의 노동중심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각 세력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경험과 신뢰를 쌓지 않고 물리적 결합만 했을 때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지금 당의 상황이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지난해 통합진보당 창당에 참여했던 3주체와 마찬가지로, 현재 신당을 만들겠다는 3주체 역시 화학적 결합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화학적 결합이란, 노동계나 진보운동을 해왔던 이들이 국민참여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세력’을 신뢰하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걸 의미한다. 정 의원은 “당내에서 싸우더라도, 함께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서는 원내 활동도 함께 하고 노동현장에서 실천적 모습을 보여줘야 새로운 정치적 모색도 가능한 것”이라며 “이런 화학적 결합이 없으면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자칫 또다른 패권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자 유일한 민주노총 출신 현역 의원인 정 의원은 현 상황을 돌파할 방법으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연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민주노총이 대선을 앞두고 각 진보정치 세력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묶어내는 정치방침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방침을 통해 대선을 치르고 나면, 그 경험을 통해 대선 이후 진보진영의 재구성에 대한 판단 기준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민주노총이 지지를 철회했지만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당에 남아 역사성이 있는 당이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민주노총과 노동자들의 요구를 끊임없이 당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기갑 대표에 대해서도 “인선안도 제시하고 개혁과제도 내놓는 등 정면돌파에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설사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국민과 당원들에게 혁신 과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신당을 추진하는 ‘혁신모임’ 쪽에서는 당에 희망이 없다고 한다. 이런 진단에 동의하시는지? “충분히 이해를 한다. 지난 두 번의 중앙위 사태를 보고 ‘희망이 있냐’는 물음에 대해 자신있게 있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누구도 진정성 있게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자세가 보이지 않아 더더욱 암담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미흡하다. 진보라는 개념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다. 희망을 잃었다면, 구체적인 진단과 성찰, 노력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 희망이 없다고 하는 말로 국민들과 진보정치의 발전을 바라는 당원들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희망이 없다’는 평가에 구체적으로 뭐가 빠졌다는 것인가? “혁신모임이 말하는 신당은 가치 중심을 어디에 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진보정당의 역사가 노동자들의 피나는 노력과 절규에 가까운 염원으로 이어져왔는데, 새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노동중심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방안과 고민이 현재로선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신당은 자칫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또다른 패권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아직 신당을 할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 -옛 당권파는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비례대표 선출 관련 문제가 드러난 시점부터 지금까지 이를 당권투쟁이라고만 규정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고, 일반 당원이나 국민들의 시선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당의 진로를 고민하기보다 지나치게 정파 중심의 논리에 충실했다. 제명안을 표결했던 의원총회에서 저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에게 ‘두분에게 지게 만든 책임이 너무 가혹하다는 데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과거 그들이 보여줬던 헌신성을 더 빛나게 하려면 희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민주노총의 지지철회 결정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노동의 지지철회는 현재 당이건, 새로운 정당이건, 아니면 또다른 정치세력을 만들건간에 노동중심성을 확고히 해야한다는 경고이고 주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노총도 이번에 15년에 걸친 정치세력화 논의에 대해 평가하고 그를 기반으로 새로운 모색을 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을 본다. -당내 유일의 민주노총(전교조) 출신으로선 본인의 진로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많은 분들이 민주노총 지지철회 이후 너도 결심을 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주문을 했다. 저는 민주노총의 지지철회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노동중심의 정당 건설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통합진보당을 통해 그게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것일 뿐이다. 민주노총이 당에서 철수했을 뿐 애초 의지와 열정이 살아있다고 보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어떤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저는 여전히 이 당에 남아서 민주노총이 하고자 했던 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지지를 얻고 국회의원이 된 저라도 남아서 민주노총의 요구를 당에 전달해야 하지 않겠나.” -당에 남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제 지위와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민주노총이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이제는 그저 진보신당이나 통합진보당이나 같은 위치가 된 것이다. 저는 이런 시기에 그나마 역사가 있는 이 정당이 정체성을 조금이라도 잃지 않도록 하고, 향후 민주노총이 어떤 정치적 결정을 내릴 시기에 통합진보당도 함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놓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앞으로 어떤 정치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는가? “현재 민주노총이 새정치특위를 만들어 논의 중인데, 각 진보정치 세력들 즉 민주노총 내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들을 묶어내는 정치방침을 제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대선 이전에 새 정당에 대한 모색으로 나타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민주노총이 대선시기에 노동자의 요구를 정치적으로제출하는 과정을 생략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대선 전에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는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각 진보정치 세력의 연대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이른바 진보진영과 자유주의 진영의 만남도 가능한 일이다.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결속력 강화가 필요하다. 어차피 이번 지지철회로 통합진보당은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연대가 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신당 창당에 동의하지 않는 것인데, 창당이 아니라면 어떤 걸 할 수 있다고 보는가? “혁신모임 쪽 노력도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를테면 지금 우리 당은 용역폭력 문제, 박근혜의 과거사에 대한 평가, 제주해군기지, 쌍용차 등 모든 현안을 놓치고 있다. 법안 발의도 못한다. 당내에서 싸우더라도 빨리 새 원내대표라도 선출해 원내에서 일을 해야하는데 모든 것에 손을 놓고 있다. 이런 것들을 조율하는 게 정치지도자의 역할이 아닌가. 서로가 서로에 대해 촉구만 하고 있을 뿐이다” -강기갑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막연하게 패권주의 청산, 노동중심성 강화를 외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부딪히면서, 절감하도록 해야한다. 강 대표가 성공하시든 실패하시든 돌파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인선도 제시하고, 나부터 이렇게 하겠다고 당 운영방안도 제시하고 해야한다. 강 대표의 역사적 소임은 창당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게 설사 하나도 성공 못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상곤 교육감이 당선된 뒤 1년2개월 동안 성과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하나도 못해낸 게 성과였다. 개혁적 과제가 계속 발목이 잡히고 묵살이 되는 과정을 통해 ‘아 무상급식 필요하구나, 진보교육감 되니까 진보적 교육의제가 설정되는구나’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지만, 큰 각인 효과를 냈고, 그 결과 다음 교육감 선거 때 진보적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됐다. 저는 강대표의 역할이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강 대표와 뜻을 함께하는 ‘혁심모임’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통합진보당 처음 창당할 당시 창당 이후 노동중심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통합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상호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통합 이후 당내 화학적 결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노동계가 참여당 등 이른바 ‘자유주의세력’에 대해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보여줘야 한다. 원내 활동도 함께 하고 피나는 노동현장에서 실천적 모습을 보여줘야 새로운 정치적 모색도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막연히 여러 세력이 새로운 당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통합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새로 당을 만드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은 실패한다는 걸 지금 상황에서도 충분히 얻고 있는 교훈 아닌가?”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통합진보당 서기호 의원
대중적 진보정당에 대한 요구 커
실패땐 소멸된다는 절박함 있어
여러 정치세력간 갈등 극복 가능
민주당도 신당과의 연대 긍정적” “신당 창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총선 때 10%의 유권자가 지지했는데, 지금은 2%로 떨어졌다. 8%의 지지자들은 제대로 된 대중적 진보정당에 대한 요구가 있다. 거대 지역정당의 한계로 인해 신당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기호 통합진보당 의원을 만났다. 서 의원은 9월 초부터 가시화될 신당의 ‘성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 부결로 당이 위기를 맞았지만, 오히려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 기회가 생겼다고 보고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지지선언을 당장 끌어내긴 어렵더라도, 조만간 각 지역별 창당 주체가 생기고 외부인사 영입 등 외연확대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면 신당이 할 수 있는 게 많다”며 “민주당은 옛 당권파와는 함께하지 않으려 하지만, 신당과는 야권연대를 하겠다는 긍정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신당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서 의원은 2008년 진보신당 분당 때와는 인적구성이나 분당 이유 등이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당시엔 국민들이 왜 갈라지는지 관심도 없었지만, 지금은 왜 갈라졌는지 명확히 알고 있고, 지지도 높다”며 “신당을 만드는 이유도 정파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낡은 방식과 관점을 집어던지고, 상식과 눈높이에 맞춘 대중적 정당을 선택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정치세력이 과연 제대로 결합할 수 있겠느냐’는 외부의 우려에 대해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의원은 “경선부정 사태에 대처하고 강기갑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화학적 결합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각 세력들이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 마지막으로 여기고, 실패할 경우 민주당으로 흡수되거나 소멸할 것이란 절박함이 있기 때문에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서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비례대표 14번을 받았다가, 1번 윤금순 후보가 사퇴한 뒤 의원직을 물려받았다. 그는 “신당이 만들어진다고, 통합진보당을 탈당해 의원직을 잃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당에 잔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 의원은 “앞으로 사법개혁과 인권분야에 대해 법사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잔류를 해도 통합진보당을 위한 활동은 하지 않을 생각이며, 국민들도 신당 쪽 의원으로 봐주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현재 당에는 희망이 없고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는데? “신당 창당을 위한 ‘혁신모임’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정희 대표의 제안으로 입당해놓고 ‘배신’한 게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다. 그건 오해다. 저는 이길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분들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특정 정파에 속한 판단이 아니라 개인의 판단이라는 것인가? “저는 정파적 기반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의 시각에 가깝게 당을 바라보고 있다. 저는 ‘혁신모임’에 속한 그룹들도 반성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본다. 진보신당파는 과거 분열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하는 분들이다. 그거 때문에 진보정치의 시계가 멈춘 측면이 있다. 참여당계도 굉장히 여러가지 왔다갔다 많이 했고 실책도 했다. 옛 당권파가 당파괴 세력, 분열세력으로 의심할 만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제가 당내 사태 이후 계속 회의를 해보니, 아 이분들은 충분히 자기반성과 성찰을 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점에서 저는 자기반성과 성찰이 없는 옛 당권파보다 낫다고 보는 것이다. 옛 당권파는 아직까지 자기반성과 사과, 성찰을 하는 걸 본적이 없다. -신당이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의 제명 부결 사태로 위기가 왔지만, 저는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진보정당 만들 기회가 생겼다고 본다. 희망적이고 기대에 차 있다. 진보정치 혁신모임에서 지역별로 창당 주체를 만들 것이고, 외연 확대를 위해 당원이 아닌 분들도 모시려고 한다. 조만간 신당 창당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 될 것이다. 다만 민주노총은 당장 신당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안다. 개별 탈당 뒤 입당은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어 신당은 할 수 있는 게 많다. 민주당도 신당과는 야권연대를 할 수 있지만, 옛 당권파와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옛 당권파는 대선 국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독자적인 대선 출마를 바라는 국민들은 얼마나 되겠나. 고립되어 독자 출마를 한다고 해도 야권표만 갈라먹는 출마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보 분열만 될 거라는 우려도 있는데? “지금은 분당, 즉 정파간 분리라고 보이는 측면이 있는 게 현실이지만, 신당 창당에 대해 국민들의 지지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총선 때 국민들이 10%의 지지를 주셨는데, 지금은 2%로 떨어졌다. 8%가 떠났다는 이야기인데, 그분들은 여전히 대중과 함께하는 진보정당에 대한 요구를 갖고 있다고 본다. 신당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앞으로 더 두드러질 것이고, 그를 넘어서는 외연확대도 가능하다. 우리 정치는 양당구조처럼 보이지만, 양당이 지역 정당의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중적 진보정당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과거 진보신당 분당 때도 비슷한 기대가 있었는데? “2008년 진보신당 때와 확연히 다르다고 본다. 당시엔 국민들이 왜 갈라지는지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왜 갈라졌는지 명확히 알고 있고, 지지도 높다. 또 이번에는 참여당계뿐 아니라 진보신당계, 옛 민노당계 인천연합, 무정파 민노당 당원들도 탈당을 많이 하고 있다. 정파적 차이로 분당하는 게 아니다. 과거 운동권식 정파대립이나 국민보다 동지를 우선하는 낡은 관점을 벗어던지고, 상식과 눈높이에 맞춘 대중적 정당운영 방식을 선택하는 그런 문제로 본다.” -(신당을 창당하는) 세 주체가 일종의 연합군으로, 제대로 화합할 수 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런 우려가 있지만, 경선부정 사태를 대처하는 과정이나 강기갑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혁신지도부를 이뤄 화학적 결합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제명안 부결 이후 비공식 회의 때도 제가 과정을 지켜보니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과 구태청산의 관점에서 보면 큰 틀의 차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분들도 이번 창당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패하면 대중적 진보정당은 이제 없는 것이고, 민주당으로 흡수되거나 소멸된다는 절실함과 절박함이 있기 때문에 잘 될 것으로 본다.” -민주당과 통합을 논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나? “지금 당장 ‘민주당의 왼쪽 날개’ 이런 것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실패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 -당내 일부에서는 ‘혁신재창당’을 시도해보고, 안되면 창당을 하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그런 의견을 내신 분들이 내세운 조건이 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와 중앙위 폭력사태 책임자들의 백의종군 선언 등 옛 당권파가 그 조건을 받아들이면 내부 재창당도 가능하다는 의견인 듯하다. 충분히 공감한다. 민주노동당부터 오래하신 책임있는 분들이라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의 말이이신 것 같다. 갑자기 당을 뛰쳐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이다. 익숙치 않기 때문이다. 그 분들의 의견과 ‘혁신모임’ 쪽 의견이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보고, 다만 속도조절의 차이라고 본다.” -서 의원은 혁신재창당에 부정적인가? “제가 볼때는, 또 참여당계나 이미 탈당한 이들이 볼 때는 옛 당권파가 그 조건을 받아들일리 없다. 그럴 자세가 돼 있다면 당내 상황은 5월 초에 끝났을 것이다. 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쪽이다. 저는 밖에서 들어온 사람이다. 때문에 외부에서 당을 보는 시각에 가까운 편이다. 밖에서 저를 지지했던 분들은 저에게 단호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신당이 창당되어도 탈당하지 않고 통합진보당에 남겠다고 했는데? “탈당할 이유가 없다. 의원직 승계한 지 이제 한 달 되어 겨우 보좌진 꾸렸지만, 사법개혁과 인권분야에 대해 법사위 통해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을 할 계획이다.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기대하고 있다. 제 개인이나 정파적 이익 때문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 의원직 유지하려는 것이다. 저는 이게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다른 부분이라 생각한다.” -탈당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통합진보당 의원의 활동으로 인식하지 않을까? “저는 통합진보당 의원으로서 활동하지 않을 생각이고, 오히려 신당 쪽에서 활동을 할 생각이다. 국민들도 그 쪽 의원으로 봐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혁신모임’의 취지에 동의하니까 그렇게 활동을 하겠다는 것인데 만약 그런 취지가 변질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정희 전 대표가 영입했는데도 옛 당권파에 대한 믿음를 접은 계기가 뭔가? “그 분들은 이석기, 김재연 후보는 부정이 없고, 오옥만 후보의 부정은 맞다는 거다. 하지만 저는 과연 그런 부분이 법정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듯 명쾌하게 가릴 수 있느냐, 증거가 충분하냐는 부분에 있어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냐고 묻기 이전에 전체적인 선거가 부실하고 그 결과값을 믿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을 지자는 것이었다. 진실을 따지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밖에 없는데, 진보정당 문제를 검찰에 넘길 수 없다는 게 그분들 생각 아닌가. 옛 당권파들이 자기 주장만 강변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자고 하는데 법적 책임 이야기를 꺼냈다. 대화가 안 되고 소통 안 되는 답답함을 느꼈다.”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부분이 문제라는 것인가? “대중적 진보정당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책임과 희생이 따르는데, 책임지는 자세의 차이라고 본다. 옛 당권파는 국민에게 대중에게 책임지는 정치가 아니라, 자기 정파의 이익을 옹호하고 자기 정파 사람을 지키는 것에 몰두했고, 그걸 위해 중앙위에서 폭력을 휘둘렀다. 도저히 대중적 진보정당의 모습으로 볼 수 없었고, 그래서 이정희 전 대표에 대한 지지철회까지 했던 것이다.” -옛 당권파들 때문에 통합진보당이 실패했다고 보는 것인가? “지금껏 진보정당이 대중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계몽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보수언론에 세뇌당해 있고, 그래서 진실을 알고 있는 우리가 깨우쳐줘야한다는 관점이다. 이렇게 국민을 가르치려면 대중적인 정당이 안 된다. 전위정당, 등대정당 할거면 차라리 운동단체 하는 게 낫다. 헌법에 보장된 정당의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당내에서는 ‘당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 등을 근거로 성급한 변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종북 의혹은 털어야 한다. 북한 문제는 평화통일 당사자로서 존중하되, 인권문제나 핵무장, 3대세습 문제 등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한다. 그래야 종북으로 의심하는 눈초리를 벗어날 수 있고, 그래야 대중적 진보정당이 될 수 있다. 새로나기 보고서는 종북문제와 민주적 운영방식 두 가지 틀에서 접근했는데, 전체적인 부분에서 저는 대부분 동의한다. 대중적 진보정당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본다. 우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진보적 가치는 선언적으로 해서 지켜지는 게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 하나하나 생활적인 진보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지금은 이념이 아니라, 개별적 진보의 가치를 실천할 때다. 2010년의 무상급식이 그런 사례라고 본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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