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오해 말길…노대통령 심려”
정치권 인사 문병 줄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폐렴 증세로 이틀째 입원 중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는 11일 정치권 인사들의 병문안이 줄을 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잠자리가 바뀐 탓에 전날 숙면을 하지 못했으나, 특별하게 병세가 악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식사를 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방문객의 면회를 대부분 거절했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전하러 온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과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박지원 전 비서실장, 재임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전윤철 감사원장, 안주섭 전 경호실장 등은 직접 만났다.
김우식 실장은 10여분 동안 면회를 한 뒤 “최근 나오는 (국정원 불법도청과 관련한) 음모론은 일체 사실이 아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므로 오해해선 안 되며, (김 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신 걸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노 대통령의 말씀을 전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직접 비서실장을 보내 문병하고 자세히 설명해줘서 고맙다”며 “노 대통령에게도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답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지원 전 실장은 40여분이나 면회를 해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는 면회 뒤 기자들에게 “의례적인 이야기만 나눴다”며 “나는 요즘 입이 없고, 기억이 안 난다”고 말문을 닫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유승민 비서실장을 보내 쾌유를 바란다는 뜻과 난을 전달했으며, 동교동계 출신인 이훈평·조재환·윤철상 전 의원과 장재식·박상천 전 장관 등도 병원을 찾았으나 김 전 대통령을 만나지는 못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의료진이 가급적 면회를 삼갈 것을 권해 김 전 대통령이 퇴원한 뒤 동교동 자택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전병헌 당 대변인이 밝혔다.
한편, 김 전 대통령 쪽은 13일 김 전 대통령의 도쿄납치 생환 32돌 기념미사를 병원에서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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