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검찰 출신의 박한철 현 헌재 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박 대통령이 고위 법관을 지낸 판사 출신들이 도맡았던 헌재소장에 검찰 출신을 지명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검찰 출신의 박 후보자가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경력 때문에, ‘헌재소장마저 공안 검사 출신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김학의 법무부 차관 등 공안 검사 출신들이 요직에 기용된 데 이어 헌재소장마저 공안 검사 출신이 지명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박영선 국회법사위원장 등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 소속 법사위원 8명은 공동 성명을 내어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기관으로 결코 공안 만능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소장직을) 맡을 수 없는 자리다. (박 후보자는) 헌법을 뒤엎고 쿠데타에 가담했던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내며 서슬 퍼런 공안정국 조성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를 공안 검사 출신으로 보는 시각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박 후보자가) 현 재판관 중에 승계 순위가 1위이고 2년여간 판결의 경험을 갖췄기 때문에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부분을) 너무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박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반대로 박 대통령은 박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검토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비교적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2년 전 청문회 때 박 후보자는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서 받은 급여 때문에 전관예우 비판을 받았지만, 부동산 투기나 병역, 세금탈루 등에서 문제가 없었고 재산을 종교단체에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청문회를 통과한 바 있다.
박 후보자가 보수적 판결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박 후보자에 대한 검찰이나 법조계 안팎의 평가가 나쁘지 않은 점도 후보자 지명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포함해 고위 법관 출신인 조용호, 서기석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그동안 시민단체나 학계에서 요구해온 ‘헌재의 다양성’은 더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9명의 헌재 재판관 가운데 법관 출신 7명, 검찰 출신 2명이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유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판·검사 경력이 없는 조용환 변호사가 야당 몫으로 지명됐지만, 국회는 7개월여의 시간을 끌다 결국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1988년 헌재 설립 이후 25년 동안 임명된 재판관 45명(전직 재판관 36명) 가운데 판·검사 출신 외의 재판관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다. 45명 가운데 여성은 현직인 이정미 재판관과 전효숙 전 재판관 등 2명뿐이었다. 새로 지명된 후보자를 포함한 9명의 헌재재판관 가운데 영남 출신은 5명이고, 충청이 2명이고 서울과 호남이 각각 1명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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