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전 중앙대교수(왼쪽)와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정치쇄신특위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법학)가 청와대 인사 참사의 책임자로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목하며 사퇴를 거론하고 나섰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교하며 “박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들도 많이 등을 돌렸다”다며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 전 교수는 27일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서실장이 진정으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사퇴를 해야지 비서실장이 사과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금은 사과를 할 때가 아니고 빨리 마무리를 져야 할 때다. 지금 사과한다고 해서 뭐가 될 일이 아니다. 비서실장은 자기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그만두는 게 아닐까. 사과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고위공직 후보자 검증을 책임진 곽상도 민정수석 인책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자, ‘비서실장 사과’로 우회로를 찾고있는 청와대를 바판하며 비서실장 사퇴론을 꺼내든 것이다.
이 전 교수는 정부 출범 한달을 갓 넘긴 박근혜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를 거론하며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초기 인사 때문에 처음 대통령 취임할 때 만해도 지지도가 40%대, 어떤 조사에서는 그 미만으로 떨어졌지 않았나. 위기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났을 때에도 지지도는 30% 가까이 됐었다. 30%는 기본적으로 있는 거다. 임기 초에 일어난 상황은 범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51%’의 지지자들이 빠져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기 초에 이렇게 대통령 지지도가 낮은 것은 적어도 어떤 나라에서 어떤 정부에서도 굉장히 보기 드문 상황이다. 그나마 (박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들도 등을 많이 돌린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이같은 ‘지지도 감가상각’ 에 대해 “인사가 처음부터 잘못돼서 계속 잘못가고 있고 지금도 중용인사가 안 끝났다. 현재 진행중인 상황으로 본다”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변하지 않으면 인사 참사와 지지도 하락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첩 인사’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에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할 때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꼭 이루겠다,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를 꼭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여기에 부합하는 인사, 거기에 부합하는 정책을 펴줬으면 한다”며, 공약을 무력화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어 청와대의 입까지 맡고 있는 윤창중 대변인, 낙마한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 등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인사를 하나하나 거론했다. 지난 정부 초기에도 낙마자들이 여럿 있지 않았냐는 청와대 쪽 ‘항변’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 전 비상대책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낙마자가 있었지만 여성부, 환경부 등 비중이 떨어지는 부서에서 고장이 났다. 이번에는 국무총리, 공정거래위원장 등 중요직위에서 고장이 났다. 무리하게 임명된 (다른) 경우도 임명은 됐지만 과연 부처 내외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오는 30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처음 열리는 당정청 워크숍에서 당과 청와대와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5선인 남경필 의원은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있는데 당정청 회의가 개최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당과 청와대와의 관계, 당 지도부와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이번에 올바른 당청 관계, 대통령과의 관계가 성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출범 뒤 열리는 첫 당정청 회의에서 ‘청와대에 당이 끌려가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남 의원의 당청 관계 재설정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그는 “최근 가장 문제되는 것은 정권 출범과 함께 단행된 인사가 많은 문제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검증팀의 무능도 얘기되고 검증시스템도 얘기가 되지만 가장 문제가 된다고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하향식 인사시스템이다. 근본적인 수술이 없으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수첩 인사’ 등 하향식 인사의 출발점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방식을 문제 삼았다. 남 의원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당정청 회의에 참석하는 지도부는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올바로 말하는게 바로 충언이고 대한민국과 대통령을 위한 말씀이라는 인식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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