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노원병 단일화’ 딜레마

안 “국민요구 담기 어렵다” 선긋기
야 주자들엔 “대화할수 있다” 여운
문재인 “도울 길 있으면 돕겠다”

4·24 재보궐선거 노원병 지역의 안철수 예비후보가 지역구의 한 식당에서 28일 후보 등록 뒤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얼굴은 발갛게 그을었고, 겨울 점퍼의 목깃은 때에 절은 듯 반질반질했다.

안 후보는 “재보선은 평일이고, 투표율이 낮다. 인지도·지명도와는 별개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많은 노원 지역에서 선거가 힘들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일부에서 쉬운 선거라고 규정하신 것은 이겨도 빛이 안 되게 만들려고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때와는 다르다,” “이런 과정 안 거치고 정치했더라면 실수 많이 할 뻔했다”는 말도 했다. 야권 후보가 4명이나 출마의사를 밝힌 상황이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중인 현실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녹록지 않은 판세 속에 단일화라는 화두는 안 후보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안 후보는 “단일화를 앞세운다면 정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잘 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일화가 선거에서 부각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칙 아래, 가능성은 열어두겠다는 태도다. 민주통합당의 무공천 방침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는 이동섭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이 후보의 안타까움은 저도 대선 (단일화) 경험이 있어서 10분의 1 정도는 헤아린다. 좋은 말씀 듣고 참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열어뒀다. 진보정의당 김지선 예비후보에 대해서도 “김 후보의 선택을 존중하고, 노회찬 전 의원의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있다. 그런 문제의식을 계승할 생각이다. (김지선 후보 쪽과는) 좋은 기회가 오면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지선 후보의 완주 의지가 강하다. 다만 선거라는 게 상황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판단할 시기가 되면 당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고 장준하 선생 겨레장’에 참석했다가 기자들과 잠시 만난 자리에서 “안 전 교수가 잘되는 것이 야권 전체와 민주당에 도움이 된다”며 “저도 도울 길이 있으면 돕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