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누드사진을 검색한 뒤, 뜬 사진을 보고 있다. 민중의 소리 제공
“스마트폰을 통한 성인사이트 접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누드사진을 검색했을 뿐이다.”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누드 사진을 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국회 윤리특별위원직에서 물러났던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0여일만에 ‘당시의 누드검색은 법안 마련을 위한 의정활동’이었다는 취지의 해명자료를 뿌렸다. 심 의원은 뒤늦은 해명자료를 뿌린 직후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음란물을 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럴듯한 법안이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자신의 누드검색을 합리화하려는 ‘짜내기 입법’이 아니냐 의심을 하고 있다.
심 의원이 11일 제출한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으로, 이동 통신사와 인터넷 사업자로 하여금 청소년 이용자에 대한 유해콘텐츠 차단프로그램 제공을 의무화하고 약관에도 이를 명시해 보호자에게 알려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청소년들이 스마트폰과 테블릿피시 등을 통한 웹서핑으로 음란하고 폭력적인 사이트를 제약 없이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등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특히 이들 단말기들은 휴대가 간편하고 무선인터넷망을 통해 어디서든 제약 없이 이용하기 가능하기 때문에 지도·감독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법안 제안 취지를 밝혔다.
앞서 심 의원은 ‘카톡으로 받은 주소창을 클릭한 뒤 누드사진을 검색한 경위를 밝힙니다’라는 긴 제목의 ‘소명서’를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돌렸다. 카카오톡 이미지까지 첨부한 A4 3장짜리 소명서에는 누드검색 상황을 분 단위로 정리한 뒤 검색하게 된 이유 등을 정리해 놓았다. 심 의원의 소명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심 의원은 지난달 22일 오후 2시28분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의 ‘정부조직법 전부개정안’ 제안설명을 듣던 중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한 발의 취지서를 보게 된다. 심 의원은 이를 보고 “최근 스마트폰을 통한 무차별적인 성인사이트 방문에 대한 민원이 급증했는데,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고 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세계 단말기 시장을 지배한다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자료도 대책 필요성을 절감케했다”는 것이다.
대책의 필요성을 절감한 심 의원에게 1시간여 뒤 또 다른 계기가 찾아왔다. 오후 3시23분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하던 심 의원에게 ‘누군가’가 인터넷 주소창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고 한다. 주소창을 클릭했더니 곧바로 포털 사이트 ‘다음’의 한 누드 사이트로 연결됐다는 것이 심 의원의 설명이다. 애초 심 의원은 누드검색 사진을 처음 공개한 언론사에 “누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줘 뭔가 하고 봤더니 그게 나오더라. 죄송하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심 의원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누드사진’이라는 단어를 직접 입력하는 사진까지 추가로 공개되면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5초만에 스마트폰 오른쪽 하단의 ‘뒤로’ 버튼을 몇 번 눌러 다음 사이트를 빠져나왔다. 카톡으로 누가 보내줘서 누드 사이트로 접속되었다고 기자에게 해명한 부분은 허위가 아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동통신사로부터 제출받은 자신의 카카오톡 접속 기록까지 상세하게 소명서에 실었다.
심 의원은 “주소창을 빠져나오고 잠시 후 이같은 누드 사이트가 어떻게 성인인증 없이 무제한적으로 살포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구글과 다음에서 검색해 보니 실제로 구글에서는 성인인증 등의 아무런 제한없이 접속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 스마트폰은 기본 검색이 구글로 설정돼 있는데 구글은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업체와는 달리 성인인증 없이도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성인인증 없이도 누드 사진 검색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누드 사진을 검색해 보았다는 것이다.
누드 사진 검색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심 의원은 “이에 따라 실효성 있는 규제와 법안의 필요성을 느꼈다. 좀더 자세한 실태파악을 위해 오후 3시43분경 구글에서 ‘누드사진’같은 청소년들이 입력하기 쉬운 키워드를 검색해 1분 동안 웹문서 목록만 훑어 보았다”고 했다.
심 의원은 오후 3시54분39초 구글에 다시 접속한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누드사진 관련 웹문서 몇 쪽을 살펴보고 선정성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그중 한 블로그를 클릭했다. 상당수 흑백사진을 포함한 작가의 해당 블로그를 3시55분4초부터 55분20초까지 16초간 스트롤업해서 잠깐 살펴본 뒤 핸드폰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 의원은 “3월22일 저녁 사진을 찍은 기자에게서 전화가 와서 ‘누드 사진을 봤냐’고 물었다. 카톡으로 받은 주소창을 떠올리곤 ‘누군가 카톡으로 보내와 봤다’고 답변했다. 당시 경위야 어찌됐든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 것이 적절치 않았기에 자세한 해명 없이 짧게 ‘죄송하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그는 누드 사진 검색 보도가 나온 이튿날 일본으로 출장을 갔는데, 이를 두고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이를 “실종·잠적으로 매도하며 정치 쟁점화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까지 심 의원의 휴대전화는 ‘착신금지’ 상태였는데 의도적인 ‘잠적’이 아니라 해외 출장중이었다는 것이다. 해외 출장시 일반적으로 하게 되는 로밍 여부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었다.
심 의원은 자신의 누드 사진 검색을 보도한 배경에는 “좌파 언론매체들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누드 검색 사진이 찍히던 전날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 자격심사소위원회 상정이 이뤄졌는데, “좌파 언론매체들이 이에 대응하는 정치공세로 본 사안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긴 소명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간 경위를 설명하는 것보다 사과가 먼저라는 생각에 사죄하고 윤리위원직을 사퇴하였으나 야당이 저를 국회위원회에 회부해 이제 그 경위를 소상히 밝힙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십여초간 누드 사진 블로그를 검색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 관련 청소년보호법안을 발의 준비 중이며 앞으로 더욱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국민께 보답하겠습니다.”
심 의원이 이날 제출한 스마트폰 청소년 유해콘텐츠 차단 의무화 법안에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 28명이 찬성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심 의원실에서 법안에 찬성해 달라는 연락이 왔는데 심 의원이 그런 법안을 발의하는게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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