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의원이 9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된 뒤 부인 최명길씨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양/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혼자 치르는 선거’ 강조했지만 아내 지원 큰 영향
전대에 탤런트 황신혜·김성령씨 데려와 한 표 당부
전대에 탤런트 황신혜·김성령씨 데려와 한 표 당부
민주당의 5·4전당대회를 3주 남짓 앞두던 4월9일.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한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대는 최명길 없이 나 혼자 치르는 선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4선 의원을 하는 동안, 아내이자 탤런트인 최명길씨의 선거지원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번 전대 만큼은 ‘김한길 독자브랜드’로 돌파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요즘 지방에 가서 당원들을 만나 인사하면 ‘혼자 오셨어요?’라는 말을 듣는다”며 웃었다. 당원들이 최명길씨와 같이 오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서운해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최명길 없이 뛰는 이번 전대에서 내가 지면, 집에 가서 아내한테 볼 면목이 없다”는 말도 했다.
당에선 지난해 6·9전대에서 특정한 계파 없이 지내왔다는 김한길 의원이 이해찬 의원과 박빙승부를 벌이며 2위를 했던 배경에도 최명길씨의 지원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명길씨가 대의원들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저, 최명길입니다”라고 인사하며 남편의 지지를 부탁한 활동이 대의원들의 표심을 흔드는 힘이 됐다는 것이다.
김한길 의원이 기자들에게 ‘아내 지원 없는 나홀로 선거’를 강조한 직후인 4월12일 민주당 전대 예비경선장. 서울의 한 지역위원장은 “에이, 그렇지 않아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예비경선 전에 최명길씨한테서 ‘김한길 의원을 지지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는데요, 뭘”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는 “당내 선거에서 최명길씨가 지역위원장이나 대의원들을 만나 살갑게 인사하고, 직접 전화를 걸어 얘기하는 활동이 당원들의 표심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명길씨는 ‘전화지원’에 그치지 않고, 이번 전대에서도 아예 공개적으로 남편지원에 나섰다. 최명길씨는 민주당 당심의 중요한 축인 광주·호남 지역에서의 당 대표 후보자 합동연설회장에 나타나, 당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당시 민주당 대의원들은 최명길씨와 사진을 찍으려고 줄 지어 기다리기도 했다. 최명길씨는 4·24재보선이 열리는 지역인 부산 영도 등에서 김한길 의원과 민주당 후보를 위한 지원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남편을 위한 아내의 지원은 5·4전당대회에서 절정에 달했다. 최명길씨는 전대가 열린 경기 일산 킨텍스에 동료 탤런트인 황신혜·김성령씨까지 데려와 민주당 대의원들에게 김한길 의원을 향한 한표를 당부했다. 민주당에는 중장년층 당원이 많은 편이라, 이들이 나타나자 금세 당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런 아내에 대한 고마움 때문인지, 김한길 의원은 전대에서 민주당 새 대표로 뽑힌 뒤 무대에서 내려와 아내를 껴안으며 당 대표가 된 기쁨과 제1야당을 이끌어야 할 부담을 함께 나눴다.
당에선 유명 탤런트 최명길씨의 지원에 대해 엇갈린 시선이 존재한다. 한 당직자는 “민주당을 새롭게 혁신하려는 김한길 의원을 위해, 방송 활동 등으로 바쁜 탤런트 아내가 당원들과 친숙하게 접촉하며 김 의원의 뜻을 알리는 것은 열성적인 지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위원장은 “당원들한테 얼굴이 알려진 탤런트 최명길씨의 지원이 아니었더라도, 경선 초반부터 형선됐던 김한길 대세론이 위협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김한길 의원이 민주당을 그럼 도대체 어떻게 혁신할지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전대과정에서 더 확실히 보여주는데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든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남양유업 ‘욕설 통화’ 들어봤더니…
■ 어린이 억대 주식 부자에 MB 손자도
■ 에이즈 공포, 어느 노부부의 비극적 외출
■ 처자식에 못할 짓 해놓고 그녀와 행복했는가
■ [화보] 지아는 축구장, 민국이는 야구장에~
■ 남양유업 ‘욕설 통화’ 들어봤더니…
■ 어린이 억대 주식 부자에 MB 손자도
■ 에이즈 공포, 어느 노부부의 비극적 외출
■ 처자식에 못할 짓 해놓고 그녀와 행복했는가
■ [화보] 지아는 축구장, 민국이는 야구장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