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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통합진보당 폭력사태 이후 1년

등록 2013-05-12 22:36수정 2013-05-13 09:46

문예련(29)씨
문예련(29)씨
진보정당의 ‘미래들’이 말한다
2012년 5월12일. 통합진보당 분당의 변곡점이 된 중앙위원회 폭력사태가 일어난 날이다. 1년이 지났지만 남은 통합진보당도, 떠난 진보정의당도 그날 얘기는 피하고 싶어 했다. 진위와 무관하게 비례대표 경선 시비, 종북 세력 낙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를 시도하고, 보수언론에서는 차라리 북으로 가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진보정당의 숨구멍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 답답한 현실속에서도 통합진보당의 깃발을 놓지 않고 현장으로 내려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문예련(29)씨, 미국 박사학위를 포기한 채 진보정의당 정책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전해웅(32)씨를 통해 진보정당의 미래와 활로를 가늠해 본다.

“민주적 정당성 지켜져야”

문예련 진보당 용인시지역위원회 청년위원장

“벌써 1년이에요.” 통합진보당 당원 문예련(29)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용인청년회에서 지난해 봄·여름에만 회원 10여명이 떠났다. 살붙이 같던 동료들이었다. 떠나간 친구들은 그에게 “뒤에서 누군가 조종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른바 ‘종북세력’과의 연관성을 따진 것이다. 수없이 답을 했지만 친구들은 자신에게 답을 구한 게 아니었다. 결국 “너는 아닌 것 같은데…”라면서도 떠났다.

1년 전 5월12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진보정당은 간 곳 없고 ‘머리끄덩이녀’라는 폭력적 상징과 ‘종북’의 낙인만 남았다. 비례대표 총사퇴를 결의한 중앙위원회, 이를 막으려는 당권파의 항의와 몸싸움, 결국 통제선이 무너지면서 진보정당이 갈라졌다.

친구도 엄마도 등돌린 1년
“정책들고 다시 사람 만날것”

문씨는 2004년 당의 등록금 인상 반대 논리에 공감해 스스로 진보정당의 당원이 됐지만, 지난 한해는 정말 힘겨웠다. 진보정당의 가치를 말하기 전에 “빨갱이 아니냐”는 시선부터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는다. 시련 속에서 조금 더 단단해졌다고 느낀다. “우리 당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종북이라고 하든 말든 차분하게 다시 설명하고, 냉정하게, 진보정당의 상식들, 정책들을 갖고 다시 사람들을 만날 거예요.”

그래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사회복지사로 신갈푸른학교 지역아동센터에서 하던 일을 접고 당과 청년회 일에 전념하기로 했다. 당을 다시 세워야 하고, 그를 위해선 통합진보당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고 당원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그런 힘을 준 건 지금은 고인이 된 동료 당원 김애정(35)씨다. 말기암 환자였던 김씨는 지난 3월 세상을 뜰 때까지 당을 위해 마지막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지난 5월의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그는 한가지 원칙을 배웠다고 말한다. “지난해 5월12일의 상황은 여느 때의 당 행사처럼 사전에 토론과 대화가 충분히 이뤄졌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렵더라도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안타깝다”고 했다.

전해웅(32)씨
전해웅(32)씨
“침묵의 다수 다시 품어야”

전해웅 진보정의당 연구위원

1년 전 5월12일. 폭력사태가 있었던 그 시간, 전해웅(32)씨는 행사장이 아니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전씨는 총선을 거치면서 이미 통합진보당을 탈당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다 2011년 12월 진보정당을 위해 일해보겠다며 귀국했던 그로서는 실망이 컸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이라는 면에서 통합진보당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기계적 통합으로 이념 공통성이 부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진보정당에서 일한다는 원칙만 갖고 일할 곳을 기다렸다. 국회가 열리고 공채를 통해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실 정책 인턴이 됐다. “바닥부터 국회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정책비서로 직급이 올라가 일이 손에 익을 무렵 노회찬 의원은 ‘엑스파일’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어진 4월 보궐선거에선 김지선 후보 선거운동을 도왔다. 지금은 당 정책위원회 정책연구위원이다.

그러나 종북 낙인은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을 구분하지 않았다. “진보정의당이건 통합진보당이건 모두 종북이라고 폄훼당했다.” 그는 4월 재보선에 함께하면서 진보를 내걸면 무조건 종북이 되는 상황을 몸으로 느꼈지만 특별한 답을 찾지 못했다. 지금 할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종북이라고 불리는 상황에서 버티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는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적극 제기하기 시작한 사민주의라는 골격에 살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진보라는 단어가 흔해지고 가치를 잃어가는 지금, 사민주의가 단순히 북유럽의 제도를 베껴 들여오는 게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 맞게 현장의 숨소리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당장 5월 셋째 주부터는 구조조정을 겪은 기업 노조를 사례별로 방문해 외국 사례나 입법례와 비교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그에게 진보정당은 필요충분조건이다. “경제적 지위가 정치적 입장을 좌우한다고 보면 민주당이 얼마만큼 서민과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을까요. 새누리당과 타협한 이번 부동산 정책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1948년 헌법의 민주주의가 1987년까지 40년 걸렸다. 지난 1년보다 길게, 멀리, 아래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진보정당에 던지는 ‘돌직구’ 질문

지난해 5·12 통합진보당 폭력사태 이후 ‘유연한 진보정치인’으로 불리던 이정희 진보당 대표에겐 ‘표독한 진보’란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진보당은 대중성 확장이 한계에 부닥친 그를 왜 다시 당 간판으로 세웠을까? 노회찬·심상정의 독자생존은 가능한가? 폭력사태 이후 통합진보당·진보정의당을 향해 제기되는 질문들을 두 당 관계자들에게 던져보았다.

① 진보당, 왜 이정희 대표 고집?
“현재로선 적임자 그뿐…
성숙한 지도자 되려 노력”

■ 왜 도로 ‘이정희 대표’인가?
진보당은 지난 2월 91%의 찬성률로 이정희 후보를 대표로 뽑았다. 5·12 폭력사태 당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9개월 만의 복귀다. 당에선 폭력사태를 제어하지 못한 이 대표의 귀환이 당 쇄신을 주저하는 당권파의 아집처럼 비칠 위험이 있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권파에 동의하지 않는 당원들이 집단 탈당한 뒤여서, 이 기류가 대세가 될 수 없었다. 핵심 당직자는 “이 대표가 지난해 5월 대표직을 내려놓아 정치적 책임도 크게 졌다는 것이 당원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인지도에 버금가는 정치인이 당에 마땅히 없는 상황도 작용했다. 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진보의 가치를 대중언어로 쉽게 풀어내며 교감할 적임자가 이 대표라고 판단해 대표 복귀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당직자도 “진보정치 아이콘이었던 이 대표의 대중성이 단기간에 다시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② 이석기, 의원직 버릴순 없었나?
“사퇴땐 ‘종북’ 논리로
다른 진보의원들도 공격”

■ 이석기 의원은 왜 의원직을 못 버리나?
이석기 진보당 의원은 지금도 ‘북한에 가서 인민영웅으로 살라’는 보수언론의 칼럼이 나올 만큼 ‘종북 의원’이란 공격에 시달린다. 민주개혁진영에서도 지난해 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동 당시 이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해, 부정경선 논란 여파와 진보진영 전체로 확대된 ‘종북 딱지’ 공세를 막아야 했다는 목소리가 있다.

진보당에선 검찰이 이 의원의 부정경선 개입 여부를 조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조차 못한 것을 보더라도 의원직 사퇴 요구는 부당하다고 말한다. 다른 핵심 당직자는 “이 의원이 사퇴했다면 보수진영은 비슷한 공격논리로 진보정당 다른 비례대표들을 또 끌어내리는 등 진보정당 궤멸로 몰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의정활동의 폭을 넓히는 등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③ 심상정·노회찬, 안철수 손잡나?
“내년 지방선거까진 아냐…
이후 야권 지형변화 지켜봐야”

■ ‘노·심’은 안철수와 연대하나?
5·12 폭력사태 이후 심상정 의원, 노회찬 전 의원은 통합진보당에서 나와 진보정의당을 만들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선 세력이 위축된 ‘노·심’이 진보진영을 포괄해 세력확장을 꾀하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손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흘러나온다.

진보정의당 관계자는 “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세력과 힘을 합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당직자는 “7월에 당명까지 바꾸는 재창당 작업을 통해 당원 확장 등 기초체력을 튼튼히 다져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 안에선 “독자생존이 어려운 만큼 노회찬·심상정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 야권 지형변화를 지켜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의 개혁세력, 진보정당 세력, 안철수 세력의 연대를 통한 야권 재편 요구가 분출되면 ‘노·심’도 정치적 판단을 고심할 것이란 얘기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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