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
원장 계파인사 유임…‘당헌 위반’ 논란
민주당이 지난해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연구원)의 역량 강화를 핵심 혁신안으로 내세웠지만, 연구원 예산을 여전히 당직자들 인건비로 편법 전용하거나 연구인력 부족 현상을 개선하지 않는 등 연구원 개혁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김한길 신임 대표가 연구원장의 유임을 결정한 것을 두고 당헌 위배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직후에 꾸린 정치혁신위원회와 대선평가위원회는 연구원이 정책 개발과 정세 분석을 충실히 하지 못한 것도 패인의 하나로 보고 혁신을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연구인력 부족, 당 행사에 연구원 동원, 당직자의 연구원 편법발령 등 중앙당의 인사·예산 간섭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발간된 대선평가보고서는 “연구원의 1년 예산 45억원 중 18억~20억원(40~44%)이 (당직자 인건비 등으로) 중앙당에 전용되고, 연구비는 16억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21일 “연구원 인력은 총 54명이지만 상당수가 당의 다른 업무로 파견나가 있어 현재 실제 근무자는 19명이고, 이 중 연구직은 1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당 국고보조금의 30% 이상을 정책 개발에 쓰도록 한 정치자금법 규정을 무시하고 정책 예산의 상당액을 연구원에 소속만 둔 당직자들의 인건비로 쓰는 방식으로 변칙 운용하는 셈이다. 이런 탓에 연구원은 환경·에너지·과학기술·언론·문화·정세분석·여론조사 분야 연구위원들을 채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연구원 쪽은 “중앙당의 유급 당직자 수를 100명 미만으로 제한한 정당법을 고치지 않는 한 연구원이 당직자 인건비를 지원하는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상 허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정치혁신위 등에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연구원의 인사권과 예산의 독립, 연구인력 확충 등 혁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연구원 정상화에 대해 김한길 대표가 더 강한 실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정치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전국 선거에 대비한 중장기 정책과 전략을 세우려면 연구원을 빨리 혁신해야 하는데, 김 대표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가 연구원장 선임과 관련해 새 당헌을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5·4 전당대회에서 개정된 당헌은 연구원장을 새로 선임할 경우, ‘연구원장추천위원회’를 꾸린 뒤 후보가 복수로 추천되면 최고위원회 심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당 대표가 자기 계파의 인물을 연구원장에 앉히는 폐해를 막고, 연구원장 후보군을 외부 인사로 넓히자는 취지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당헌에 규정한 절차와 무관하게 지난해 6월 연구원장이 된 변재일 의원의 유임을 최근 결정했다. 앞서 최고위원회에서는 변 의원의 유임이 당헌 위반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김 대표와 변 의원은 2007년 열린우리당을 함께 탈당하는 등 정치궤적이 같다. 대표 비서실 관계자는 “연구원장의 임기 2년을 보장하느라 유임시킨 것이어서 당헌 위배가 아니다”라고 했다. 변재일 연구원장은 “난 이해찬 전 대표 체제에서 임명된 사람이다. 대표가 바뀐다고 해서 연구원장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 정관에 보장된 임기 2년을 채우는 것이야 말로 혁신”이라며 “김한길 대표도 의지를 갖고 연구원의 재정 독립 등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4 전대에서 전임 대표의 재임기간이 끝나면, 전임 대표가 임명했거나 최고위원의 의결로 선임된 정무직 당직자의 임기도 끝난다는 내용이 당헌에 신설돼, 연구원장도 새 선임 절차를 밟아 임명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비대위원을 지낸 한 의원은 “정치혁신위 등에서 연구원 혁신안을 만들었고, 그 중에서 연구원장추천위원회 신설 등을 당헌에 반영했던 것이다. 새 당헌이 정한 절차에 따라 원장을 선임하는 것이 당 혁신 취지에맞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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