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집권하면 대화록 까겠다” 녹음파일
민주 “기자가 녹음해…제보”
새누리 “민주당이 파일 절취”
민주 “기자가 녹음해…제보”
새누리 “민주당이 파일 절취”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 대사의 ‘집권 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발언이 담긴 녹음 파일을 민주당이 입수해 폭로한 경위를 놓고 여야가 28일 정면 대립했다. ‘제보’를 받았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은 ‘절취’ 의혹을 새롭게 제기하며 공세를 펼쳤다.
진실공방이 촉발된 계기는 이날 오전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라디오 인터뷰였다. 김 수석대변인은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도청 전문 정당’이라고 비판했다”는 질문을 받자 “도청이 아니라 한 기자가 녹음해 제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청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다, 끝까지 숨겼어야 할 제보자를 사실상 공개하는 ‘말실수’를 한 것이다.
기자가 문제의 녹음 파일 소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민주당이 기자의 녹음 파일을 절취했다”는 의혹을 들고나왔다. 자체 정보망을 가동한 결과 한 월간지 ㅎ 기자가 녹음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녹음 파일 100건은 한 월간지 에이치(H) 기자가 휴대전화로 녹음한 것”이라며 “에이치 기자가 휴대전화 기종을 바꾸면서 ‘기기 안에 녹음된 파일을 옮겨달라’고 민주당 당직자 김아무개씨에게 부탁하는 과정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는 민주당 쪽의 얘기를 듣고, 해당 기자와 언론사를 우리가 알아낸 뒤 그 언론사로부터 (절취를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ㅎ 기자는 이날 “민주당이 녹음 파일을 무단 입수했다”며 지난 26일 녹음 파일 일부를 처음 공개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절취 용의자’로 지목된 민주당 당직자 김아무개씨는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기자가 휴대전화를 교체해 새 휴대전화로 옮기는 과정에 내 휴대전화에 있는 외장메모리카드를 빌려준 바 있다. 하지만 기자는 이 메모리를 나에게 돌려주지 않고 그냥 가져갔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대선 이후 에이치 기자로부터 권영세 대사의 녹취 파일 존재를 듣게 돼 이를 달라고 최근까지 여러 차례 부탁했는데, 에이치 기자가 이메일로 파일을 보내준다고 하면서 차일피일 미뤘다”며 “(박범계 의원이 폭로한 전날인) 지난 25일 이 자료를 받게 되면 민감한 사안에 휘말리게 될 것 같아서 최종적으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 기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면, 지난 25일 오전 9시37분 ㅎ 기자는 김씨에게 “먼저 올리셔야 저도 올려요^^”라고 보냈고, 김씨는 “됐다 관둬라 몇 달을 기다릴꼬”라고 답변했다. 이어 오전 10시4분에 ㅎ 기자는 “오늘 중 바로 올릴게요”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김씨는 오전 11시50분 “에이치 기자, 그거 올히지(‘올리지’의 오타) 마라. 민감한 사안에 안 휘말릴려고”라고 답신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두 사람의 메시지에는 자료 제공을 놓고 서로간에 ‘거래’가 있었음이 드러나 있지만, 이 자료가 권 대사의 음성이 담긴 녹음 파일임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단서는 없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권 대사의 녹음 파일이 사실이라는 것을 이제 새누리당이 인정하는 것 같다”며 “녹취록은 정상적인 적법한 절차로 확보한 것으로, 새누리당이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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