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청구권 요청 경고까지
내년 선거 앞두고 기선잡기
내년 선거 앞두고 기선잡기
“노회한 정치꾼의 고단수를 능가한다.”(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원순 시장의 1인 자작극인 대국민 기만극.”(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서울시가 부족한 보육예산 마련을 위해 2000억원어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해 올해 무상보육 중단 위기는 일단 넘겼지만, 새누리당은 6일 이틀째 원색적인 용어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하며 ‘박원순 때리기’ 수위를 한층 높였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박 시장을 흠집 냄으로써, 무상보육 재원 논란을 정치쟁점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의 거친 공세에 박 시장은 이날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비애감과 절망감이 들 때가 있다. 이런 문제는 서로 비난하고 욕할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보육받을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박 시장이 지난해 말 서울시 예산편성 때부터 어제까지 보여준 행보는 천만 서울시민을 책임진 서울시장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치졸하고 정략적이었다. 이상주의적 사회운동가라던 박 시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박 시장을 “노회한 정치꾼”으로 규정했다. 그는 △서울시 부모들에 대한 사과 △지방채 발행 최소화 △보육예산 관련 공개토론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세 가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감사청구권을 통해 박 시장의 ‘무상보육 1인쇼’에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 시장과 서울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시장은 아침 <에스비에스>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김 의원이 “박 시장의 1인 자작극인 대국민 기만극”이라고 한 데 대해 “정치권에 들어와 보니까 정말 비애감과 절망감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새누리당이 무상보육을 정쟁으로 이용했다는 말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런 말 하면 저도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 아니냐”며 새누리당의 원색 비난에 대한 불쾌감을 에둘러 나타냈다.
박 시장은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을 줄곧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너무 서운하다”고 말한 뒤, “명색이 천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시장이 뵙자고 하는데 안 만나주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냐”며 맞받았다.
서울시는 대변인 성명을 내어 ‘무상보육 위기를 서울시가 자초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소모적인 정치쟁점화 대신 항구적인 재원 분담 대책부터 내놓으라”고 맞섰다. 새누리당의 공개토론 요구에는 “지속가능한 무상보육을 위한 방안과 복지 재원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대해 진정성 있게 논의하는 자리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김수헌 정태우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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