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원내외 병행투쟁 2라운드
박대통령 타협 여지 없는데
촛불 주춤·여당 단독국회 우려
“원내·원외서 더 치열하게 투쟁”
김한길 대표, 천막 떠나 전국순회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조차 없이…”
당 일부선 등원 비판론도 나와
박대통령 타협 여지 없는데
촛불 주춤·여당 단독국회 우려
“원내·원외서 더 치열하게 투쟁”
김한길 대표, 천막 떠나 전국순회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조차 없이…”
당 일부선 등원 비판론도 나와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만난 ‘3자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선 민주당이 23일 ‘무조건 등원’을 결정했다.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가 24일부터 서울광장 천막 노숙투쟁을 중단하는 대신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서기로 하는 등 원내외 병행투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초 노숙투쟁에 나설 때 요구한 국회 차원의 국가정보원 개혁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이 아무런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 등원’을 결정하자 박 대통령의 버티기에 너무 쉽게 물러선 것 아니냐는 당내 비판도 나온다.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결과 브리핑에서 “민생도, 민주주의도 외면하는 정부·여당에 맞서 ‘국회에서, 그리고 장외에서’ 더욱 치열하게 싸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기국회 기간 동안 모든 의원이 24시간 국회 비상대기 체제를 갖추는 ‘24시간 비상 국회운영 본부’를 둘 것”이라고 했다. 원외 투쟁은 김 대표가 사실상 전담하고, 나머지 의원 126명은 가급적 국회에 머물며 국정감사·예산심사 등 정기국회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기초연금 공약 수정 등 복지 후퇴, 세제 개편안과 경제민주화의 후퇴, 4대강 비리, 검찰개혁, 언론 문제 등을 정기국회 7대 집중의제로 정하고, 24일 오전 서울광장 천막에서 ‘등원 출정결의대회’를 연 뒤 국회로 들어가기로 했다. 반면 장외에선 김 대표가 지역 마을회관 등에서 숙박하며 전국을 도는 한편, 시민단체·종교계·여론주도층 인사들을 적극 접촉해 ‘국민연대’도 꾸리는 등 국정원 개혁 여론을 조직화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등원의 이유로 대통령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정기국회에 참여해 여당의 독주를 막고 국정원 개혁과 민생현안·예산 등을 철저히 따지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국정원 개혁을 열망하는 촛불집회가 정체 상태여서 원외 투쟁의 동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도 한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회는 야당의 장인데, 여당이 원하는 것만 하게 할 수 없다. 우리가 들어가지 않으면 여당의 단독국회 명분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국회를 아예 버려두고 있다는 ‘추석 민심’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에 불리한 언론 환경에서 우리가 원외 투쟁만 하면 보수언론이 우릴 가만 놔두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회 차원의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조차도 확보하지 못한 채 등원하기로 한 데 대해선 당내 비판이 여전하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국회에 국정원 개혁기구 정도는 만들어놓고 들어갔어야 국민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분명히 알릴 수 있고 후퇴로 비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에 대해 여당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반대한다고 그냥 물러선다면 그게 야당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 일부에선 김 대표가 전국 순회 투쟁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관철시키려는 것인지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김 대표의 전국 순회는 원외 투쟁의 새로운 동력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결국 연말에 (여당이 원하는) 예산과 법안을 걸고 국정원 개혁안, 민생예산 등 우리 요구를 관철해야 하지 않겠느냐. 민주당으로선 ‘쪽박이거나 아니거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조혜정 기자 dmz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