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대화록)을 무단 공개하기 한 달 전인 지난 5월 공공기록물인지가 법적으로 불분명하다며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30일 낸 보도자료를 보면, 국정원은 5월8일 법제처에 보낸 법령해석요청서에서 “(국정원이 보관 중인)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의 대통령기록물인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의 공공기록물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면서 “대화록이 어떤 법률로 관리돼야 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국정원도 해당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이라고 확실히 인정할 만한 법적근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국정원은 이 요청서에서 대화록이 공공기록물로 유권해석될 경우, 국회의 동의절차 없이 공개할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정원은 요청서에서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기관이지만 ‘보좌기관’은 아니므로, 대화록 열람시 대통령기록물법 17조상의 요건(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의결 등)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대화록을 ‘열람’시킬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법제처는 당시 “(대화록을 둘러싼) 수사가 진행 중이고, 정치적 현안이 된 사건”이라며 유권해석을 보류했다. 이에 앞서 4월19일 국정원한테서 같은 내용의 유권해석을 의뢰받은 국가기록원은 국정원 보관 대화록은 사실상 대통령기록물로 간주해 취급·관리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결국 국정원은 해당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이란 법적 근거를 유관기관들로부터 전혀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선 불법개입 사건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6월24일 대화록 전문을 무단 공개해, ‘여론 물타기’를 시도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서 의원은 “청와대·새누리당·국정원이 합법적으로 공개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대통령기록물이라고 계속 주장해, 해석 권한을 가진 기관의 판단을 알고자 문의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