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시험대 오른 김한길

김한길 민주당 대표(앉은 이)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신경민 최고위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e-mail]

손학규 차출 실패로 한계 드러내
10·30 재보선 완패땐 상처 커질듯
연말 국정원 개혁이 결정적 관건

전국 순회 ‘민심탐방’에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노숙자 토크콘서트’를 할 때마다 시민들이 탤런트인 아내 최명길씨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던지는 단골 질문이 “왜 이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민생·민주주의 위기” 때문이라고 답해 왔다고 한다. 그런 그가 스스로 말한 그 엄중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시험대에 섰다. 민주당 내에선 10·30 재보궐선거 완패는 물론, 연말에 유의미한 국가정보원 개혁마저 이뤄내지 못하면 김 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김 대표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명분 있는 차출’에 실패하며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 ‘손학규 출마’로 박근혜 정부 초반 실정을 심판해 정국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던 구상도 무산됐다. 특히 손 전 대표를 찾아가 “당의 총의”라며 경기 화성갑 출마를 거듭 요청한 다음날 아침, 오일용 화성갑 예비후보가 김 대표 측근의 멱살을 잡고 손학규 공천설에 항의하는 장면을 그대로 노출하는 등 당내 상황조차 통제하지 못했다.

당에선 여당 우세지역 두 곳에서만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에서 고전이 예상되지만, 수도권인 ‘경기 화성갑’조차 크게 지면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핵심 당직자는 8일 “최선을 다하겠지만, 두 곳 모두 지면 민주당의 역량 부족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포항남구·울릉군에 출마한 허대만 후보 사무실을 찾아가 “새누리당은 부패정치인으로 지목된 분(서청원)이 한 군데(화성갑) 후보로 공천됐고, 배은망덕한 정치철새인 분(박명재)이 나머지 한 곳(포항남구·울릉군)에 공천됐다”며 현역 지역위원장을 공천한 민주당 후보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1차 전국 순회(9월24일~10월6일)를 마친 김 대표는 향후 장외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의 경고, 국정원 개혁 여론을 계속 모아내는 방식으로 원내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대표 1인 장외투쟁’이 여론의 관심을 크게 환기시키지 못한다는 우려도 있다. 또 이번 재보선에서 의미있는 선전을 펼치지 못하면, 김 대표의 장외 움직임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실 관계자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1차 순회를 평가하고, 이후 구상도 밝히겠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민주당과 김한길 대표에 대한 평가는 결국 연말에 국정원 개혁을 제도적으로 이뤄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