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광복회 강연서 ‘박정희 칭송’
박근혜 정부 ‘보훈처장 유임’ 이례적
안현태 국립묘지행 압력 행사에
잦은 보수편향 행보로 비판 자초
박근혜 정부 ‘보훈처장 유임’ 이례적
안현태 국립묘지행 압력 행사에
잦은 보수편향 행보로 비판 자초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민주진보세력을 매도하는 안보 교육을 주도한 국가보훈처의 박승춘 처장은 그동안 보수 편향적인 행보와 잦은 ‘일탈’로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3성 장군 출신으로 2011년 2월 이명박 정부에서 보훈처장에 임명된 그는 2011년 8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경호실장이자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주요 인물인 고 안현태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되도록 심의 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처음엔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사실로 드러나자 국회에서 사과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2011년 12월 광복회 워크숍 강연 당시 박 처장이 강사로 나서 “오늘 우리가 이 정도로 살게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공입니다. 다가오는 (2012년) 대선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다들 아시겠죠?”라고 말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박 처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이 의원은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광복회 분들을 잘 아는데, 그분들이 직접 전해준 얘기”라고 말했다.
역시 그해 국감에선 보훈처의 이름이 박힌 보수 편향 동영상(DVD) 1000개가 2011년 말부터 학교·시민단체에 배포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 디브이디에도 민주진보세력을 종북·좌파로 몰고 박정희 정권을 찬양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야당의 사퇴 요구를 받던 박 처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 장차관급 인사가 대폭 교체되는 와중에도 자리를 지켰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보훈처장이 바뀌던 전례에 비춰 이례적이다. 당시 보훈처 안에서조차 “우리도 유임에 놀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야권은 박 처장이 2004년 참여정부 때 정권 핵심부와 갈등을 빚다 전역한 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한데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여당 후보에 유리한 안보 교육을 진행한 ‘충정’을 인정해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박 처장은 지난해 보수단체 인사들을 강사로 내세워 22만여명의 직장인·학생을 상대로 보수정권을 편드는 ‘나라사랑교육’을 진행했다. 또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13일 <한겨레>에 공개한 자료들을 보면, 보훈처는 지역별 여론주도층을 따로 선별해 민주진보세력을 폄훼하는 내용 등이 담긴 교재로 강의하는 ‘오피니언 리더 과정’을 전국적으로 일곱차례나 실시했다.
박 처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유임된 뒤에도 ‘님을 위한 행진곡’을 “특정 단체와 세력이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라며 5·18 기념식에서 부르지 못하게 하는 등 계속해서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다. 정호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반대세력을 폄훼하는 내용의 책자를 만들고 이를 조직적으로 활용한 박 처장이 사퇴하는 것이 오히려 현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의원은 “정치적 편향성으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박 처장은 자리를 지킬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