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갔던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통합의 정치’를 손에 들고 돌아왔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이유로 그는 민주당의 경기 화성갑 출마 요구를 거절했다. 절대강자가 보이지 않는 야권에서 손 고문이 차기 대선주자가 될 수 있을까?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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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뭉개고
김기춘 등 올드보이의 귀환
이 정부선 민주주의가 안 보여 -박 시장이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가 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박 시장처럼 광역단체장 활동을 통해서 실적도 보이고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도 보여주면 그건 우리 정치의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정치인 손학규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내가 정치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내가 지금 현실 정치인으로서 모호하다고 스스로 느낀다. 독일에 가서 복지국가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해온 만큼 앞으로 그런 구상을 가다듬고 구체화시키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양식있는 시민으로서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되는지 생각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두 차례 대선후보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원인이 뭘까? “뭐 하늘이 따라주지 않은 것이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인가? “지금 내 생각은 대선이다 뭐다 이런 정치적인 생각보다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다양성과 통합을 얘기하며 독일의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리가 양당제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지난 대선의 진보정당 단일화, 정몽준-노무현 후보 단일화, 디제이피 연합 등을 어떻게 제도로 수용하느냐의 문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또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타파하거나 완화하는 데 권역별 정당명부제가 유효하다.” -‘보수-기득권-영남’이 결합한 새누리당이 엄존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2011년에 어떻게 손학규가 분당에서 당선될 수 있었겠나. 보수를 철옹성 같은 카르텔이라고 보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진보의 패배 의식이다. 새누리당에 증세 문제로 논쟁이 있던데 그런 세력들이 언제든지 자기 목소리를 따로 낼 수 있다. 보수의 패권이 지금은 강고하게 보일지 모르나 소수화될 수 있다고 본다.” -여야 대치가 가팔라지는데 통합을 강조하는 것이 좀 한가해 보이기도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통합은 관용을 전제로 한다. 강자가 관용하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서는 약자가 관용을 보이며 강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또 의회 숫자가 적어도 시대의 흐름을 타면 이쪽이 강자가 될 수도 있다. 정치가 생물이라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는 뭘까? “국민들은 어떤 경우든 변화와 안정의 최적점을 찾는 것 같다.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이 압승한 것은 메르켈이 보여준 안정을 깨고 싶지 않은 여망이 담긴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도 어쨌거나 안정감을 줬고 우리는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국민들은 박근혜 후보가 보여줬던 상대적인 안정감을 택했다고 본다.” -국정원 댓글과 종편의 불공정 보도로 선거 결과가 뒤바뀌었다고 보나? “미시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무엇이 이 선거를 결정했는지 크게 봐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저런 식으로 뭉개고 넘어가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없는 것이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건 안 미쳤건 그런 일이 있으면 그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나? “어떤 식으로 책임질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국가수반으로서 국가기관이 한 일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평가해 달라. “참 좋은 조건에서 출발했는데 자꾸 훼손하는 것 같다. 민주주의의 문제도 그렇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새누리당 안에서 오랫동안 차지해 온 권위가 있다. 여기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면 얼마나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겠나. 통합의 정치, 관용의 정치가 필요한데, 자기 지지층의 이해만 집착하면 그 정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도 그렇다. 처음에는 속된 말로 길들이기를 하고 평화와 화해 협력으로 갈 것이라고 희망했는데 기본적인 인식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임명하고 서청원 후보를 공천했다.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의 뜻에 따르고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국민은 미래로 가기를 원하지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를 살린 것은 좋게 받아들이지만 독재를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인사를 할 때 개인의 독단이 아니라 민주적 시스템으로 해야 한다.” 안철수 의원과 연대 않고
대선출마는 나중에 생각할 것
NLL 논쟁에도 끼고 싶지 않다
대신 한국의 미래를 구상하겠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후퇴를 어떻게 보나. 민주당은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그때 공약이 과도했다,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고쳐도 고쳐야 된다. 그리고 대선 당시 우리 당 후보가 제시한 것이 당장 한꺼번에 20만원 다 준다는 건 아니었다. ‘공약 다 지켜라’ 이게 현명한 건 아니라고 본다. 기초연금 문제는 국민연금과 연계가 핵심이다. 이에 대해 확고한 우리 입장을 세워야 될 것 같다.” -민주당은 소득세율 구간 조정으로 재원을 확보하자고 주장한다. “세율은 지금 독일에서도 연정을 구성하는 데 첨예한 쟁점이다. 최저임금과 증세로 기민당과 사민당이 실랑이를 하고 있다. 부자 감세 철회는 민주당의 오랜 주장이었다. 구체적인 세율을 얼마로 하느냐, 곧바로 하느냐 순차적으로 하느냐 이런 문제는 민주당도 앞으로 집권하면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차원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해서 해야 한다.”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말인가?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부자 감세 철회라고 하면 징벌적 세제정책처럼 들리니 복지정책 실현을 위한 적절한 증세, 합리적인 증세 정책이라고 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소득세에 가장 크게 반발한 것이 화이트칼라 중산층 아닌가. 세금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과격한 증세로 보이면 안 된다.” -법인세는? “기업을 설득할 수 있는 절차,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리적 증세를 하자는 것이다. 당 대표를 할 때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복지를 늘리고 혜택이 피부에 와 닿을 때 증세를 설득하는 쪽으로 나가자’고 했다. 복지 논쟁이 그동안 많이 진행되고 제도도 많이 확장돼서 이제는 합리적인 증세를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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