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호기 건설 예정지
검찰의 징계통보 받고도
일부는 버젓이 승진까지
검찰의 징계통보 받고도
일부는 버젓이 승진까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직원 10명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예정 부지에 ‘땅투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자체 감사를 통해 직원들의 부동산 보유를 ‘중대 비위’로 판단하고서도 징계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아 2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수원 감사실은 지난해 12월11일 2직급(부장급) ㅊ씨 등 직원 10명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과 ‘농지법 위반’ 혐의로 울산지검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실이 외부 제보를 받아 지난해 10~11월 조사한 결과, 이들이 “업무처리 중 알게된 비밀을 이용해 원전 예정 부지에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 10명은 일반직원과 차장급(3~4직급)으로 부산 기장군 신고리원전 1·2건설소의 건설·토건 부서에서 근무했다.
자료를 보면 ㅊ씨 등은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의 7492㎡(2270평) 부동산(과수원)을 2009년 5월13일 경매로 6억6847만원에 구입했고, 이틀 뒤 농지취득자격을 받았다. 원전 예정부지가 외부에 처음 공개된 6월9일보다 한달 앞선 때다. 그 뒤 직원들이 사놓은 땅은 원전 건설 예정 부지에 1260㎡(382평)이 편입되고, 나머지 땅은 도로부지에 포함됐다.
감사실은 “신고리5·6호기의 건설계획이 이사회에서 의결된 2009년 2월27일부터는 한수원 관련 직원은 해당 부동산이 건설부지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ㅊ씨 등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샀다고 판단했다. 또 “전원주택 건설과 주말·체험 농장 목적이었다”는 직원들의 해명에 대해서도 감사실은 “설득력이 없고, 위법성이 있다”고 밝혔다. 감사실은 4년간 지가상승률 39%를 적용해 직원들이 부동산으로 4억5000만원의 이득을 취했다고 추정했다. 이들 직원은 원전과 도로 건설에 따른 보상이 아직 시행되지 않아, ‘땅투기’ 사실이 들통나지 않았다면 몇배의 보상금도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울산지검이 올해 3월 ㅊ씨 등에 대해 “강씨 등이 부동산을 취득한 2009년은 한수원이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되기 전이라 부패방지법의 적용을 받는 공직자 신분이 아니다”라는 법리적 판단에 따라 무혐의 처분하는 대신 한수원 내규에 따라 징계할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껏 징계를 받지 않은 채 실무부서에서 근무중이며, 일부는 승진도 했다. 등기부등본 열람 결과 부동산도 여전히 소유하고 있다.
김제남 의원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받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직접 부동산 투기에까지 뛰어든 범죄행위가 확인된 것”이라며 “정부와 검찰은 한수원 내부의 비리행위에 대해 전면적인 재감사,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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