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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독] 국정원 ‘MB 스타일’ 띄우자 조직적 퍼날라…새 버전 만들기도

등록 2013-10-23 08:15수정 2013-10-23 15:29

‘MB 동영상’ 어떻게 유포했나
개입확인 13명중 6명, 같은날 트위터·오유 등에 올려
7만7천 팔로어 가진 ‘숟가락’ 재전송에 가장 적극적
지난해 8월30일 새벽 3시7분,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 ㅇ씨가 ‘숟가락’(@spoon1212)이라는 이름의 본인 트위터에 “싸이 강남스타일 패러디, 오빤 MB(엠비)스타일 동영상(이하 엠비동영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띄웠다. ‘숟가락’은 잠시 뒤인 새벽 3시19분 “동영상에도 나오지만 대통령 독도 방문은 정말 굿굿, 싸이 강남스타일 패러디”라는 내용의 글을 다시 올렸다. 보통사람이라면 한창 잠을 자고 있을 새벽 3시에, ‘숟가락’은 대통령을 홍보하는 내용의 패러디 동영상을 두 차례나 연달아 올렸다.

같은 날 저녁 7시48분에는 군 사이버사 요원 ㅈ씨가 ‘밀리로거’(zlrun777)라는 이름으로, 본인의 네이버 블로그에 엠비동영상과 글을 걸었다. 그가 쓴 글은 같은 시각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미투데이’를 통해 퍼져나갔다. 저녁 8시33분에는 또다른 요원 ㄱ씨가 ‘광무제’(@coogi1113)라는 이름의 본인 트위터에 같은 내용의 글을 띄웠다.

‘숟가락’을 포함해 22일까지 존재가 확인된 군 사이버사 요원 13명 가운데 최소 6명이 본인의 트위터와 네이버 블로그, 미투데이, 오늘의 유머(누리집) 등에 엠비동영상을 띄웠다. 네이버 블로그 1곳(zlrun777), 미투데이 1곳(zlrun777), 트위터 아이디 2곳(spoon1212, coogi1113) 등이다.

(클릭하면 확대)
엠비동영상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이 동영상은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상부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배포한 것이다.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판에서, 국정원 심리전단의 전 중간간부 이아무개씨는 “당시 대통령 비판에 대한 반박글 게시 차원에서 해당 영상(엠비동영상)을 올리라는 지시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됐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지시에 따라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은 지난해 8월 말 엠비동영상을 누리집 게시판 등에 집중적으로 유포했다.

결국 엠비동영상은 ‘상부의 지시에 따른 국정원의 조직적 활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시기에 이 동영상을 조직적으로 확산시킨 군 사이버사 또한 이런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군 사이버사와 국정원 심리전단이 서로 연계해 보조를 맞췄거나 그보다 더 높은 단위의 지시를 받아 각각 이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군과 국정원의 연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은 이밖에도 더 있다. 군 사이버사 요원들은 국정원 요원들의 글 21건을 리트위트한 것으로 이미 확인됐다. 또 군 사이버사는 2012년과 2013년 각각 45억원과 57억원의 국정원 예산을 넘겨받아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군 사이버사의 핵심 간부들이 함께 군의 심리전 부서에서 일한 것도 밝혀져 있다.

이날 <한겨레>가 군 사이버사 요원으로 추가 확인한 ‘숟가락’(@spoon1212)은 활발한 트위터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3년 동안 게시글이 3만5천여건(<한겨레> 보도 뒤 500여건 삭제)이 넘고, 팔로어가 7만7천여명에 이를 정도다. 또 ‘숟가락’은 ‘생산’과 ‘확산’ 단계로 나뉘는 군 사이버사의 조직적 활동 과정에서 ‘생산자’(zlrun777)의 글을 가장 열심히 퍼나른 ‘확산자’ 노릇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요원들의 트위트를 가장 활발히 리트위트(재전송)해 군 사이버사의 조직적 활동 여부를 확인하는 핵심 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숟가락’은 트위터 외에도 2개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는 글이 모두 삭제됐고, 또다른 블로그는 22일 오후까지 글이 게시돼 있었다.

한편,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날 군 사이버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이미 상당수의 글이 삭제된 상태여서 의미있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번 사건의 합동조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권태석 중령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요원과 이들을 지휘하는 계선상에 있는 요원들에 대해 압수수색중”이라고 밝혔다.

최현준 하어영 기자 haojune@hani.co.kr

[시사게이트 #15] ‘국정원 게이트’ 닮아가는 ‘군인 댓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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