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3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고 성명을 낸 것과 관련해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문 의원의 성명이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그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문 의원의 성명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매우 불쾌해하면서도 정면 대응을 자제한 것은 자칫 야당과 문 의원의 의도에 말려들어갈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선 당시 상대 후보였던 문 의원과 박 대통령이 대립하는 모습을 연출해 판을 키워주거나 논란을 확대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였던 문 의원이 직접 나선 만큼, 민주당의 ‘대선 불복 논란’이 자연스럽게 확대·증폭되고, 경우에 따라 야당 내부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듯하다. 당사자가 직접 패배한 선거의 정당성을 거론할 경우 여론의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의원이 나선 것 자체가 민주당에 부담이 될 것이고, 야당 내부에서도 문 의원의 처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문 의원이 직접 나서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계기로 야권 지지층이 다시 결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와 별개로 청와대는 지난달 16일 여야 대표 3자회담 당시 박 대통령이 했다는 발언의 진위를 놓고는 민주당과 공방을 벌였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박 대통령이 상당히 격앙돼 ‘그렇다면 제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인가요’라고 말했다”고 소개한 게 발단이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그런 취지의 말을 한 것은 맞지만 ‘격앙’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청와대는 ‘(국정원에) 도움을 요청한 적도, 도움을 받은 것도 없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었던 만큼, 박 대통령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곧바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노웅래 대표 비서실장도 배석했고, 박 대통령이 격앙됐던 건 맞다. 청와대가 야당 대표에게, 그것도 익명으로 ‘소설 쓴다’고 한 것은 굉장히 나쁜 태도”라며 “이런 태도로 여야 원내관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겠는가”라고 재반박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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