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수상한 안보 교육’ 파장
국가정보원, 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에 이어 정부 부처도 대선 개입에 나선 것일까?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불과 두달 앞둔 예민한 시기에 집권 여당 후보의 아버지를 칭송하는 내용이 포함된 안보교육 교재를 제작·배포한 것은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 부처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24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행안부는 지난해 2월3일 ‘공직자 안보교육 지침 통보’ 공문을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보내 “각 부처는 연 2회 안보교육을 실시”하고, “하반기부터는 안보교육 표준교재를 적극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행안부는 교육실적을 평가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실제 행안부는 그해 10월 파워포인트용으로 제작된 ‘국가안보와 공직자의 자세’란 제목의 95쪽짜리 안보교육 교재를 각 부처에 배포했다. ‘제1장 국가안보의 개념과 중요성’으로 시작한 교재는 ‘2장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발자취’에서 갑자기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를 다루며 인권 유린이 횡행했던 유신독재 시절이 “민주화 달성”의 밑돌이 됐다고 홍보했다.
교재는 우리가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박정희 정권에서 “경제발전 및 경제적 격차 해소 노력”과 “경제개발을 위한 외교적 노력” 등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과를 짚은 뒤, “새마을운동을 통해 잘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양”됐으며, “교육수준 향상과 경제발전이 뒷받침되고, 굳건한 안보태세 속에 민주화가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정부 부처들은 안보교육을 하라는 행안부의 지침을 따라 표준교재를 활용하거나, 국정원이 소포로 보낸 안보동영상(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을 보기도 했으며, 박승춘 보훈처장이 세운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소속 인사 등의 안보 강의를 들었다.
강 의원은 “행안부가 배포한 교재는 군사독재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가 민주화를 이룬 초석처럼 미화했다. 10월이면 대선 국면이 한창인 때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원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전행정부 쪽은 “안보 강사들에 따라 교육 내용이 다르고 정치·이념적인 논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교육 시 참고로 활용할 교육자료를 제작·배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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