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등 인사
박 대통령, 황찬현 검증 따로 지시
여당도 기류 파악못해
KDI 출신 또 장관 지명
“연구원 내각이냐” 뒷말
‘정치인 거리두기’ 심화
“말 잘듣는 장관 택한 것”
박 대통령, 황찬현 검증 따로 지시
여당도 기류 파악못해
KDI 출신 또 장관 지명
“연구원 내각이냐” 뒷말
‘정치인 거리두기’ 심화
“말 잘듣는 장관 택한 것”
그동안 ‘늑장 인사’라는 거센 비판에도 인사를 미루고 또 미루던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역시나 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대로 언론이나 정치권의 하마평에 전혀 오른 적이 없는 의외의 인물들이 발탁되는 ‘깜깜이 인사’가 재현됐다.
두 달 남짓 공백 끝에 지명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경우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현직 고위법관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고려된 듯하다. 지난 정부 내내 헌법기관인 감사원이 정부의 입김에 휘둘렸다는 비판이 높았던 점을 어느 정도 의식한 인선이라는 것이다. 황 후보자의 재산이 비교적 많지 않아 청문회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고, 성향과 의식이 매우 보수적이라는 점도 박 대통령의 ‘낙점’에 긍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감사원장 인선 과정에서 오랫동안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들 외에 최근 들어 황 후보자를 찍어 검증을 따로 지시했고, 이 때문에 핵심 측근 몇몇을 제외하고는 여당 안에서조차 인사 기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엔 전임 진영 장관의 사퇴 여파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초연금 축소 등 복지공약 후퇴 논란이 가장 큰 쟁점인 만큼 연금 분야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발탁한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정치인 출신 전임 장관 대신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위원이 장관에 지명됐다는 점이다. 문 후보자의 발탁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는 연구원 내각이냐’는 말이 나왔다. 케이디아이 출신인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외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이동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까지 포함하면 17개 부처 가운데 6개 부처(35%) 장관이 국책연구기관출신이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이번 인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여당이나 정치인 출신 인사를 내각에서 점점 더 배제해나가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함께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자리도 대선 캠프 출신들이 여럿 도전했으나 결국 쓴 잔을 들었다. 한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은 장관이 자기 정치를 하는 걸 극도로 꺼리는데, 진영 전 장관의 ‘항명 파동’ 이후 박 대통령의 ‘정치인 거리두기’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야당 역시 ‘책임장관제는 물 건너가고, 결국 박 대통령이 말 잘 듣는 장관을 택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전날 4명의 후보자가 확정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검찰총장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 전인 다음주 초에는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 신망이나 도덕성 등도 중요하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청와대와 소통’ 여부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나 청와대의 의중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채동욱 트라우마’ 탓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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