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국가보훈처장(왼쪽)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했다가 정회된 사이 국회 본관을 나서다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강기정 민주당 의원과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자료제출·답변 모두 거부
“국정원이 지원했냐” 질문에
“그건 밝힐수 없다” 회피
“국정원이 지원했냐” 질문에
“그건 밝힐수 없다” 회피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처 국정감사에선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보훈처가 안보교육을 빌미로 대선에 개입한 의혹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특히 박승춘 보훈처장이 극보수 편향의 안보교육 디브이디(DVD)의 제작을 협찬한 기관이 어디인지 밝히기를 거부하자, 민주당이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을 요구해 국감이 두 차례 정회되기도 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보훈처가 국민 22만7528명을 대상으로 1411회의 보수 편향 안보교육을 했고, 5~11월에는 지역별 여론주도층·보수단체 등을 (따로) 초대해 오피니언 리더 과정을 진행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비판하고, 5·16을 미화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도 “보훈처가 배포한 디브이디에는 박정희 독재 미화, 민주화운동 폄훼가 담겨 있는 등 안보교육을 빌미로 대대적인 편향교육을 실시했다”며 박 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박 처장은 “(교육은) 안보강사들이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 것”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보훈처 주최 ‘안보교육 강사단 워크숍’에서 제시된 표준교재와 보훈처가 진행한 ‘오피니언 리더 과정’에 사용된 교재들에는 ‘진보정부가 들어서면 통일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보훈처가 2011년 말부터 전국에 배포한 안보교육 디브이디의 제작 협찬 주체도 논란이 됐다. 박 처장은 “협찬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길 원하지 않고 있다”며 협찬 주체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와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정수장학회가 지원했느냐’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질문엔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국정원이 협찬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해 국정원 개입 의혹을 더욱 키웠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어 “디브이디는 국정원의 자금과 정보 제공으로 이뤄진 것으로 의심된다. 사실이라면 전 정권(김대중·노무현 정부)을 비난하는 직접적인 교육이 자행된, 심각한 수준의 대선개입”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승춘 처장(육사 27기)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책임 라인인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육사 35기)이 육사 동문이면서 12사단장 선후배 사이인 점 등을 들어 보훈처와 국정원의 연관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특히 국정원이 보훈처가 뿌린 디브이디에 담긴 영상 일부를 지난해 정부 부처에 직접 배포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난 바 있다. 이들 영상에는 반독재·반유신 투쟁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싸잡아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은 “내가 야당이라고 해도 (안보교육에) 오해할 내용들이 있다”면서도, “나라사랑 안보교육은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박 처장을 거들었다. 같은 당 조원진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안보교육 강사들이 북한 체제 옹호 등의 강의를 했다며 당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맞불 놓기’를 시도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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