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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통일부, 청와대·국정원 요구로 ‘진보당 비방성명’

등록 2013-11-22 20:21수정 2013-11-22 23:35

“헌정질서 부정세력…북한이 조종” 근거없는 주장
통일부, 논란 일자 “특정정당 지칭 아니다” 발뺌
통일부가 22일 예정에 없던 ‘대변인 성명’을 내어 통합진보당(진보당)을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비난하고 “북한이 통합진보당을 조종해 왔음을 인정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통일부에 이런 성명을 내도록 한 것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남 반정부 선동’과 ‘남한 국민 억류 문제’에 대한 대북 메시지를 담은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북한의 대남 비방 강도가 거세지자 이에 대응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 성명에 진보당을 근거 없이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대변인이 읽은 성명을 보면, “북한은 우리의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세력’까지도 민주 세력으로 호도하고 있는바, 이 같은 행태는 북한 스스로가 우리 내부의 ‘특정 세력을 조종해 왔음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라고 돼 있다.

성명에 나오는 ‘헌정 질서 부정 세력’은 지난 5일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진보당을 가리킨 것이다. 통일부도 곧바로 이를 인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의 세력이 진보당을 뜻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대변인은 “북한이 이들에 대해 민주세력이라고 했고, 이미 헌재에 정당해산 심판도 청구된 상태”라고 에둘러 확인해줬다.

진보당에 대한 통일부의 성명 내용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당이 ‘헌정 질서 부정 세력’이라는 ‘혐의’는 아직 박근혜 정부의 주장일 뿐인데다, 정치권에서도 이견이 많고, 헌재는 아직 어떤 결정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진보당을 “민주세력으로 호도”했기 때문에 “북한 스스로 진보당을 조종해 왔음을 인정했다”는 대목을 두고는 억지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과 비슷한 주장을 하면 ‘이적행위’가 된다는 국가보안법의 논리, 과거 공안 통치의 논리가 그대로 드러난 일이다. 통일부가 자체적으로 이런 성명을 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성명의 실질적인 발표 주체는 통일부가 아니라 청와대와 국정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이 성명과 관련해 통일부는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성명은 통일부가 청와대·국정원과 협의해 발표한 것이다. 성명의 내용도 통일부보다는 이들 기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넘겨준 원고를 통일부가 ‘대독’했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통일부는 이 성명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이날 오후 늦게 “특정 정당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라고 뒤늦게 발을 뺐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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