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대주교 “사제 정치참여 잘못”
청와대와 국방부, 새누리당이 24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22일)에서 나온 박창신 원로신부의 ‘북한 연평도 포격’ 관련 발언을 문제삼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극소수 사제들이 북한과 통합진보당의 주장과 유사한 언행으로 사회와 국가를 분열의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유감스럽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는 ‘종북구현사제단’에 가깝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로신부의 강론 중 “엔엘엘(NLL)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 사건이에요”라는 일부 구절을 문제삼은 것이다.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새누리당)은 개인 성명을 내어 “연평도 포격사건 3주기에 망언을 한 박창신 신부는 국민 앞에 고해성사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진하 의원 등 군장성 출신 새누리당 의원 6명도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사제단의 망언에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방부도 입장 자료를 내어 “북한 도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장병과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비이성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앞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23일 “(엔엘엘과 연평도 포격 발언을 한)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여권이 이번 일을 빌미로 국가기관 대선 개입 국면을 물타기 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박 신부의 발언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사제들의 충정은 이해가 가지만 연평도·엔엘엘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과도한 주장은 국민의 오해를 부르고 공안통치, 공작정치에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국미사를 주관한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나 박 신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이와 관련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서울 명동성당 강론에서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일종의 의무이지만 사제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는 잘못된 일”이라고 언급했다고 서울대교구가 밝혔다.
김남일 석진환 이승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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