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대통령…정치 품격 사라져”
9일 책 발간 맞춰 대국민 행보 예고
당내 “차기대선 언급 부적절” 비난속
안철수 의원과의 경쟁 점화 해석도
9일 책 발간 맞춰 대국민 행보 예고
당내 “차기대선 언급 부적절” 비난속
안철수 의원과의 경쟁 점화 해석도
대선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문 의원은 1일, 오는 9일 출간 예정인 <1219, 끝이 시작이다>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보도자료를 내는 한편 기자 간담회와 북콘서트 등을 열며 ‘대국민 접촉면’을 넓히기 시작했다. 민주당 안에선, 대선 패배 뒤 1년 정도가 지난 만큼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재개할 때가 됐다는 시각과, ‘민주당을 위기에 빠뜨린 사람이 무슨 대권 재수냐’는 비판이 대립하고 있다. 문 의원이 의도했든 아니든,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의 경쟁이 조기 점화된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문 의원은 책에서 “(지난 대선 때 후보로서) 대통령이 되려는 열정이나 절박함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제게 그 열정과 절박함이 넘쳐나야 민주당에도 전염이 되는 법인데,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이 지난달 29일 “집착하지는 않겠지만 회피할 생각도 없다. 2017년엔 반드시 정권교체가 돼야 하고, 나도 기여하겠다”며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힌 것은, 권력의지가 부족했다는 이런 ‘자성’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문 의원 쪽은 “방점은 문 의원 자신의 대선 출마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선 문 의원이 ‘차기 대선 플랜’에 시동을 걸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 의원의 이런 행보를 평가하는 당내 의견은 갈린다. 한 초선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제대로 준비가 안돼 있어 졌다는 점을 반성하면서, 앞으로 준비를 잘 하겠으니 지켜봐달라고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건 당연하다. 정권교체에 실패해 민주주의가 최악의 상태로 후퇴하는 상황이 됐으니,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어쨌든 유권자 48%의 지지를 받은 ‘자산’이 움직이게 되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당의 혁신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반면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금이 차기 대선을 얘기할 국면이냐. 엔엘엘(NLL),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대선개입, 대선 후 처리 문제 등 당과 민주 진영 전체를 위기로 이끈 모든 사안의 중심에 문 의원이 있는데, 이 문제들의 해법은 말하지 않고 대선 출마를 이야기하는 건 전형적인 ‘유체이탈’ 정치”라고 비난했다. 패자로서 자숙의 시간이 너무 짧았을 뿐더러,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주도해 당을 위기에 빠뜨린 만큼 다시 나설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 세력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의 경쟁 문제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두 사람의 경쟁이 조기 점화되면 무기력한 야권 전체에 동력이 생기고 여론의 관심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왜 항상 안 의원을 의식하고, 뒤따라 움직이는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자신의 책에서 문 의원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저와 경쟁했던 박근혜 후보와 다른 분 같다.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 정치에서 품격이 사라졌다”며 박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처리와 관련해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정통성에 대한 공격을 자초하고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불법 관권선거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나 진배없다”며 “워터게이터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게 된 시발은 도청 사건이 아니라 거짓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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