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민주당 비례대표 초선인 장하나 의원이 18대 대통령선거 불복을 선언하며 “대통령은 사퇴하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장하나 의원실 제공/뉴스1
장하나 의원 ‘대통령 사퇴 요구’ 파문
여 “책임 있는 조처 필요” 압박
야 ‘대선 불복’ 빌미 줄까 당혹
여 “책임 있는 조처 필요” 압박
야 ‘대선 불복’ 빌미 줄까 당혹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8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와 대통령 보궐선거를 요구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끓었다. 민주당은 즉각 “개인 의견”이라며 박용진 대변인이 유감을 표명했지만, 새누리당은 “대선 불복성 발언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강은희 원내대변인)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에선 이미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해왔지만, 민주당에선 ‘대선불복’은 일종의 금칙어였다. 국기기관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대선불복’으로 몰아온 여권에 공세의 빌미를 주고, 사안의 본질을 감추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장 의원은 “부정선거, 불공정선거로 치러진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실현”이라며 대선 불복을 공개 선언했다. 장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4자 회담 합의 결과 대선개입 진상규명 특검 부분은 미진하지 않았나. 정부와 새누리당의 진상 규명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진상규명 기회는 사실상 놓쳤고, 사법부의 판단에 맡긴다 해도 임기 말까지 끌 것이니 (박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표단과 간담회를 하던 도중 이 소식을 들은 김한길 대표는 당혹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진 대변인은 즉각 브리핑을 열어 “성명 발표는 장 의원의 개인 생각일 뿐이며, 당 소속 의원이 당과 다른 개인적 입장을 공개 표명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소속 의원이 당론과 다른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이유로 당 대변인이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박 대변인은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는 문제여서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 당 입장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의원의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도 “문 의원의 생각과는 무관한, 장 의원의 개인 성명”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들도 당혹스러워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퇴 요구를 듣게 된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며, 장 의원의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초선 의원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상황으로 방치한 건 박근혜 정권”이라며 “지금은 장 의원 개인 주장이지만, 여권이 계속 책임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려 한다면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장 의원의 요구를 “도를 넘은 발언”이라고 비난하며 민주당의 책임있는 조처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일호 대변인은 “장 의원이 발표한 성명의 내용을 보면 차마 국회의원이 한 발언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품위와 이성을 잃은 듯해 충격을 넘어 슬픈 마음까지 들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조혜정 김수헌 이승준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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