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제도특검’으로 후퇴
“사건별 별도 특검 임명”
대상서 국회의원 뺐다가 혼쭐
판검사까지 포함하나 논란
해넘겨 내년 처리 가능성
“사건별 별도 특검 임명”
대상서 국회의원 뺐다가 혼쭐
판검사까지 포함하나 논란
해넘겨 내년 처리 가능성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위해 상설특별검사제를 도입하겠습니다. 현행처럼 사안별로 특별검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정치공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6일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정치쇄신 공약’을 직접 발표하며 ‘사안별 특검 임명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1년여가 흐른 지금, 여야는 ‘사건별로 별도의 특검을 임명’하는 ‘제도특검’으로 한참 후퇴한 검찰개혁안에 잠정 합의한 상태다. 공약 주체인 청와대가 상설특검에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특검제 자체를 원치 않는 법무부의 비협조와 상설특검만은 막으려는 검찰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 연내 성과에 집착한 민주당의 섣부른 양보와 합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26일 제도특검에 바탕을 둔 특검제·특별감찰관제 법안 심사를 벌였지만, 특검의 수사개시 요건과 특별감찰관제 수사대상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야는 연내에 합의안 도출을 다시 시도할 예정이지만, 해를 넘겨 내년 2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제도특검이 지루한 정치공방은 물론 다수당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특검 임명이 불가능한 현행 시스템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커지면서, 제도특검 합의를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날 법사위에 보낸 공문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처럼 야당과 국민이 특검을 요구해도 다수당인 여당의 반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사안별·한시적 제도특검이 말고 상설특검을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특검 수사개시를 위한 국회 본회의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의 3분의1’로 낮춰야 한다는 얘기가 민주당 안에서도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야당만으로 언제나 특검 도입이 가능해지면 상설특검과 다를 바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애초 특별감찰관을 대통령 소속으로 합의하면서 감찰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제외하기로 했던 여야는 ‘정치인만 빼려고 한다’는 시비가 걸리자 특별감찰관의 독립성 확보를 전제로 국회의원과 판·검사도 감찰 대상에 넣는 방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야당은 또 제도특검을 수용하기로 양보한만큼 특검 수사대상에 판·검사를 포함시키자고 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연내 입법을 위해 야당이 제도특검으로 물러나는 대신 나머지 쟁점들에서 여당의 양보를 요구한 것인데,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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