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폐지 여부
폐지론
“지역동질성탓 기초단체 불필요”
유지론
“풀뿌리 민주주의 창구 없애는 것”
폐지론
“지역동질성탓 기초단체 불필요”
유지론
“풀뿌리 민주주의 창구 없애는 것”
새누리당이 지난 주말 갑자기 들고나온 ‘기초의회 폐지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1차 공청회에서 김용호 인하대 교수가 제시한 기초의회 선거제도 개선 방안 가운데 하나다.
김 교수는 당시 특별시와 광역시에 한해 기초의회를 폐지해 광역의회로 기능을 통합하고 광역의원 정수를 확대한다는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기초자치단체는 고유 사무가 적고 특별시나 광역시는 지역의 동질성이 높아서 기초자치단체를 유지할 필요성이 적다”는 게 근거였다. 그는 △기초의회 대표들이 광역의회 진출 기회 부여 △지방의회 광역화를 통한 행정 효율성 제고 등을 기초의회 폐지의 장점으로 꼽았다. 새누리당이 최근 기초의회 폐지를 추진하겠다며 밝힌 논리는 김 교수의 주장과 닮은꼴이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기초의회 폐지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병섭 상지대 교수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구의회를 폐지하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창구를 없애는 것으로 동의하기 힘들다”며 “기초의회가 일부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폐지할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도 “구단위보다 더 작은 단위에서 주민 자치가 이뤄지는 게 상례”라며 “(기초의원 폐지는) 지방정치를 완전히 말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초의회 폐지를 제안한 김용호 교수조차도 “주민의 의사를 결집할 수 있는 대의기구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줄이는 경우 민주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단점을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기초의회 폐지안’은 정개특위의 핵심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갑작스레 쟁점화를 시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기초단체장·기초의원 공천 폐지’ 공약 이행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병섭 교수는 “기초의회 폐지는 (지금까지의 논의와) 별개의 문제인데 (새누리당이) 이를 기초의원 정당공천 배제 문제와 맞물려 논의하자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물타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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